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강화는 실로 놀랍고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항공모함 건조와 신식 전차 개발과 같은 군사력 증대는 물론이고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도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중국의 행보에 여러 번 경고장을 날렸고,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는 바이든 대통령조차 중국에 대해서만은 전 정권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다른 나라들을 이용하여 그 압박 강도를 더 높이고 있고.
호주에서 교수로 또 싱크탱크의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클라이브 해밀턴은 그의 저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에서 '중국의 최종 목표는 호주와 미국의 동맹을 깨트리고 호주를 속국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하며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이러한 행보를 조용히 스며드는 영향력이라고 표현하는데 마치 예수회의 침투 전략처럼 정재계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교육기관, 언론, 문화 및 예술 단체 등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톈안먼 광장 학살 이후 중국은 90년대 초부터 대대적인 세뇌 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이 최고라는 일명 애국자 세대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당이 곧 국가이며, 중국은 결국에는 세계의 중심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2천 년대 전후로 전 세계로 진출하여 중공의 사상과 중국몽을 전파하는데 실로 놀라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시하는 손 대신에 상냥한 얼굴로 사회 전 분야로 침투하여 친 중국 세력을 규합하고, 때론 돈으로 때론 위협을 통해 그 목적을 하나 둘 달성해 가는 중이라고 말이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조용한 침공'은 이미 언론에서도 자주 접해보았을 토픽이다. 중국 내부로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파룬궁 탄압, 대만과 홍콩에 대한 강경 대응 등이 있었고, 외부로는 일대 일로를 빙자한 경제주권 침탈과 중국 주변 소규모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위협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저자는 여론과 정책의 키맨을 조종하여 상대를 침묵시키는 중국의 영향력 침투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그냥 남의 나라 일로만 여길 문제는 아닌 듯싶다. 쩐과 쪽수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주변의 미세한 변화와 움직임을 그냥 넘길 때 발생하는 위험이 어떨지를 우리 모두 간과하면 안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