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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모모님의 서재
  • 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
  • 김현수 외
  • 16,200원 (10%900)
  • 2023-11-03
  • : 1,059

어른으로서 나는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것만 배웠다. 그동안 수많은 죽음을 겪으면서 어찌해야할지 갈팡질팡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함께 해야 하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몰라서 당황하기만 했고, 결국은 모두 나와 아이들 개인의 몫으로 남겨 놓기만 했었다.

‘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은 교실이 우리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공간이 된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도와야 한다고 알려준다. 애도는 단순히 슬퍼하거나 망각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억하고 간직하는 과정으로 삶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개인의 몫이기만 했던 애도를 학교 전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슬픔과 애도의 의미를 이해하는 1부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2부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진짜 도움이 되는 위로가 어떤 말들인지, 학교 구성원 사망 시 학교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소통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2부는 눈이 트이게 해주었다. 자살 시도를 한 학생에게 담임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은 아주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하기에는 도움이 될 듯 싶었다. 무엇보다 ‘죽음’을 에둘러 말하지 말라는 말이 와 닿았다. 얼렁뚱땅 넘어가던 나의 습관, 학교라는 공동체의 무책임한 모습을 콕 찌르는 말 같기도 했다. 그래서 좋았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눈에 잘 안 들어왔다. 구체적인 사례가 너무 없지 않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플래그잍을 붙이는 횟수가 늘어났다. 집뿐만 아니라 직장에 갖다 놓고 가이드라인처럼 읽어보며 참고해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초, 중, 고 상담 선생님 들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김현수 선생님이 현장에서 겪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것들을 모았기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실질적이기도 했다.

슬픈 일들, 그것도 죽음과 관계된 것들을 언급하지 않을 때, 애도의 책임을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실은 마음을 병들게 하고 상처를 키우는 것임을 우리는 다 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이 슬픔을 수용하고 건강하게 마음을 지킬 수 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가이드 라인이 생겼다.

한 가지 부탁을 드리자면, 책과 관련한 연수가 함께 있었으면 더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교사나 애도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에둘러 죽음을 표현하는 대신 "사망했다", "죽었다"라고 정확하게 말하고 (50-51쪽)
부탁입니다 --리타 모란

제발, 내가 슬픔을 극복했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나는 결코 극복하지 못할 겁니다.

제발, 그 아이가 여기보다 더 나은 곳에 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 아이는 내 곁에 없으니까요.

제발, 그 아이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아직도 그 아이가 왜 아파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발, 내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도 아이를 잃었다면 모를까요. .....

...
제발, 신은 우리에게 극복할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저 당신의 마음도 아프다고만 말해 주세요.

제발, 당신이 내 아이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렇다고 말해 주세요.
그저 내가 내 아이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들어 주세요.

제발, 내 아이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발, 내가 마음껏 울 수 있도록 해 주세요. (141~142쪽 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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