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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라하의 소녀시대
  • 요네하라 마리
  • 9,000원 (10%500)
  • 2006-11-20
  • : 1,589

모든 사람은 지구상의 구체적인 장소에서 구체적인 시간에 어떤 민족에 속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구체적인 기후조건 아래서 그 나라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크잖아. 어느 인간에게도 마치 대양의 한 방울처럼 바탕이 되는 문화와 언어가 스며있어. 또 거기엔 모국의 역사가 얽혀있고, 그런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 인간이 있으면 그건 종이쪽처럼 얄팍해보일꺼야.

 

 

이 때의 내셔널리즘 체험은 내게 이런 걸 가르쳐주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나라 사람을 접하고서야 사람은 자기를 자기답게 하고, 타인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고 애를 쓴다는 사실.

 

 

요네하라 마리 <프라하의 소녀시대> 중

 

<동물농장>으로 시작된

러시아(의 현상적인 모습 외에 19~20세기에 발생한 일련의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관심이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로 까지 이어졌다.

다분히 우연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무척 반가웠다.

혁명의 과정 속에서

실제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된 국제학교를 다니던 마리와 그녀의 친구들은

당의 간부들의 자녀이기 때문에 평범한(!) 민중은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동구권 나라 전체가 꿈틀대고 있었던 1960년대,

격변의 시대에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드높은 이상을 품고 살아가던 사람들과

그에 못지않게 똑부러지게 생활했던 소녀들의 삶과,

소련과 사회주의 국가건설이라는 이상의 몰락으로

또 한번의 격동의 1990년대를 겪은 마리와 세 명의 친구들의 삶 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다른 나라의 '다른 삶'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민족과 조국에 대한 사랑이

결국 자기 가족만의 '특권'과 '생존'으로 변질된 삶과

애초부터 지배계층이 민중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이해되지 않은 삶을 통해,

이념과 이상이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거짓말쟁이 아냐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읽을 땐,

MBC다큐 <세계를 뒤흔든 순간-러시아 혁명>에서

한 노파가 '스탈린 시대'를 언급하며 '하루 하루가 전쟁같이 힘들었다'는 말이 자꾸 오버랩되어 씁쓸해졌다.

 

어떤 이념이든, 영원할 수 없고,

설사 그것의 구현이 실패했다고 하여 허무주의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

결국 내 조국의 이념과 이상이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새롭게 고민되어야 할까.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 요네하라님의 글은 어떤 글이든 이리도 잘 읽힌다.

부럽다.

새해를 맞아 '하루 한문장으로 생각 정리하기'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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