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난 뒤에도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책이 있다.
『나아아아비』가 그랬습니다.
이해됐다가 안타까웠고, 슬펐다가 즐거웠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가도 마지막에는 이상할 만큼 헛헛했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과 상실을 이야기하지만, 이상하게도 제가 마지막에 가장 오래 생각한 것은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회색으로 시작해 검정으로 끝났다가 다시 회색을 지나 마지막에는 노란색으로 이어지는 책의 색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색이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니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제가 붙여 놓은 28개가 넘는 띠지 역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읽는 동안 마음에 남았던 문장들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연극을 통해 인물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부분이 오래 남았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도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다시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삶은 예고 없이 흔들리고 무너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노래하고, 때로는 무대에 올라 연극을 합니다.
그렇게 다시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 싶었던 ‘살아가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참 생각했습니다.
혹시……?
2년이 지나 3년째의 생일에 눈을 뜬 걸까.
결국 모두 행복해진 걸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해서인지, 오히려 책을 덮은 뒤에도 이야기가 계속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을 남기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