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변신.시골의사
수평선 2020/09/0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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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 7,650원 (10%↓
420) - 1998-08-05
: 30,486
어린 시절, 티비 채널을 돌리다 영화 <플라이>를 본 적이 있다. 한 과학자가 공간이동장치를 실험하다 장치 안에 파리와 함께 들어가는 바람에 인간과 파리가 융합되는 공포영화였다. <변신>을 읽기 전, 내 상상 속 ‘그레고르 잠자‘는 그런 이미지였다. ‘징그럽고 끔찍한 벌레이지 않을까?‘ 그러나 읽어가면서 잠자에게 점점 연민을 느낀다. 우리는 이 세상에 벌레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변신>에서 잠자가 사람으로 나온 장면은 한 번도 없다. ‘벌레가 된 잠자‘가 상상하는 ‘사람 잠자‘의 모습은 꿈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1900년대 초에 쓰인 소설이 현재 우리의 모습과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노동자라는 위치가 원래 그런 것일까? 아침에 잠에서 깬 ‘벌레 잠자‘는 그냥 자신의 본모습 자각한 것일까?
책을 읽으며 작가 프란츠 카프카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카프카 인생에 악영향을 끼친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 작가 활동을 유일하게 지지해주던 막내동생 오틀라 카프카,
반항도 못 해보고 아버지 뜻에 따라 가게된 독일어학과. 그러다 차선책으로 선택했지만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던 법학과. 여가시간을 낼 수 없었던 보험회사를 거쳐 본격적으로 자신의 글을 쓸 시간이 생겼던 근로재해보험공사로의 취업. 그리고 그 속에서 듣게 된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 카프카가 아파하고 쓰려 했던 지점들이 현재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카프카를 그리워하는 듯하다.
<변신>도 좋았지만 마지막 유작인 <굴>도 좋았다. 독백으로 채워진 중편의 소설은 <변신>과 마찬가지로 카프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가 평생 받았던 외, 내부적인 압력과 갈등을 짚어 보는 듯했다.
강한 억압과 부조리를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음을 남겼던 프란츠 카프카. 지금은 그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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