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눈으로 다시 보는 신화와 고전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 신화와 고전들은 나에게 지식과 재미, 마법과 상상의 세계를 알려주었다
가끔 다시 읽을 때는 어렸을 때와 다르게 시대나 사회적 배경이라는 지식을 깔고 읽는데 그 시절 내가 볼 수 없었던 지점을 보게 해주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책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는 인터넷 서점의 신간을 훑어보다 발견했는데 긴 초록색 테이프로 모자를 형상화한의 표지가 현대적이고 기묘했다. 더해서 제목 보다 작은 글씨로 쓰여 진 ‘현대 의학으로 다시 읽는 세기의 고전’이라는 소제목은 작가가 내용의 어떤 부분을 의학적으로 보는지 나의 호기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저자 유수연은 의과대학의 신경과부교수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기의 명작 28편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이 책은 작가가 의사의 눈으로 이야기를 읽고 쓴 두 번째 책이다.
특히, <피리 부는 사나이는 왜 녹색옷을 입었나>는 그림 형제의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재해석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어느 마을에 쥐떼가 출몰해서 피해가 크자 시장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걸었다. 이때 어떤 젊은이가 나타나 피리를 불어 쥐떼를 몰아내고 약속한 상금을 요구했는데 마음이 바뀐 시장이 거절했다. 그러자 젊은이가 피리를 불어 마을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피리에 매혹마법이 담겨있어 아이들을 유혹해 데려갔다고 생각했다.
지식을 쌓은 시절에는 그 시대에 쥐로 인한 전염병으로 생겨난 동화이고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었으면 이런 동화가 생겼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읽고 또 다른 시각을 얻었다. 소리, 주파수의 진동에 근거를 만들어 피리소리를 쥐떼를 모으는 소리, 어른은 들을 수 없고 아이들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해석했다. 들을 수 있는 집단을 선별해서 들려준다니 피리소리에 관한 다른 분석이 매우 독특했다.
얼마 전 TV에서 보았던 <고래와 나>라는 다큐에서는 고래가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과 소리를 들려주었다. 고래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바다의 고래와도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의 소리는 각각 다르고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한다고 하는데 소리의 힘이 정말 놀라웠다.
의학의 눈으로 분석한 고전을 읽는 동안 나에게 새로운 지식이 축적됐다. 그러나 글을 읽는 내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뚜렷한 질문으로 형상화됐다.
독서를 하면서 때로는 즐겁고 좀 더 많은 시간들은 등한시하지만 ‘나는 책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야하나’이다.
답을 찾는 동안에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비판적 책읽기를 통한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고급스런 어휘력을 위해서이며,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고 싶어서라는 멋진 포장된 말일 것이다 .
더해서 솔직하게 똑똑한 사람이고 싶고 직접 갈 수 없는 많은 장소를 경비 절감하는 방법으로써 이고, 지적 허영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할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는 여타 머리 아픈 책읽기에서 벗어나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의학은 어려운 분야지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재미없고 따분해하는 독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신화와 고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권하고 싶다. 의학이라는 필터를 통해 고전을 만나고 독서 후 새로운 시각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