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책을 읽으면서 자지러지게 웃어 본 것 같다. 사실 요즘 소설편애모드인지라, 책을 받고 처음엔 별로 손이 안갔더랬다. '뭐 별 내용이야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한동안 읽을 생각을 안했었다. 우연히 산책나가는 길에 집어들기 전까진.
나는 아침 저녁으로 우리집 강아지 "짱구" 산책을 시키는데, 산책 나갈 때 그냥 나가면 심심해서 늘 책을 한권씩 들고 가는 버릇이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산책 나가는 길에 잡힌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강아지가 궁금해』는 시작부터 내게 큰 웃음을 주기 시작했다. 나는 길에서 체면도 수치심도 잊은 채 낄낄거리면서 책을 읽었다.
'강아지는 왜 변기물을 마시는 걸까?', '왜 '응가'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리나?', '소변 볼 땐 한쪽 다리를 있는 대로 벌리는 이유는?', '왜 사람들을 만나면 찔끔찔끔 오줌을 누는 걸까?', '동성애견도 있나?', 개는 나중에 어미나 형제 개를 알아볼 수 있을까?' 등등...몇가지 제목만 들어도 이 책의 기발함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에 대해 고리타분하게 원론적인 사실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궁금해해왔고,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콕 찝어서 마치 옆에서 직접 대화를 나누듯이 그렇게 친근한 어투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강아지에 대한 궁금증을 101개의 문답식으로 풀어 쓴 『강아지가 궁금해』는 반 정도는 내가 그동안 강아지를 키우면서 보고 겪어 알고 있던 사실들이어서 더 반가웠고, 반 정도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라 더 신기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짱구 얼굴을 한번씩 쳐다보면서 읽었는데, 그때마다 내가 낄낄거리니까 짱구녀석이 날 "미친x" 보듯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짱구가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내가 왜 그러는 지 얘기해줬을 텐데.
한 번 잡기가 어려웠지, 책을 읽은 후부터는 워낙 내용이 쉽고 재미있어 술술 넘어갔다. 2시간만에 다 읽었지 싶다. 책을 읽으며 책에 나온 이야기와 실제 내가 짱구를 키우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하나 하나 비교해보면서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고, 강아지에 대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오해하고 있던 부분들도 바로 잡을 수 있어서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애완견을 사랑하는 주인님들이여. 그동안 강아지와 말이 안통해 답답한 상황이 있었는가? 도저히 인간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강아지의 행동때문에 짜증났던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자신있게 권해드리겠다. 이 책은 마치 강아지가 직접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동안 쌓였던 궁금증을 단번에 풀어준다. 나는 이제 짱구녀석의 다소 인간답지 못한, 너무나 개다운 - 개스러운 행동들도 짜증이나 불쾌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