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살 때 맨 먼저 작가의 말이나 시인의 말을 읽어 본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있어서 당신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있어서 나는 겨우 쓸 수 있습니다. 정말 겸손한 생각이다. 시들을 천천히 읽으며 시인이 노래하고 있는 당신을 생각해 봤다. 천천히 스미듯 시들이 내게로 오고 있었다. 시를 읽는 일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구나, 오래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들이 너무 애틋해서 시인의 당신에게 질투를 느낄 지경이었다. 이런 사랑을 나도 해보고 싶다. 오랜만에 읽는 감성 충만 시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