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은 슬픔이
- 정현종
말하지 않은 슬픔이 얼마나 많으냐
말하지 않은 분노는 얼마나 많으냐
들리지 않는 한숨은 또 얼마나 많으냐
그런 걸 자세히 헤아릴 수 있다면
지껄이는 모든 말들
지껄이는 입들은
한결 견딜 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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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만한 슬픔도, 곧 가라앉을 분노도, 삼켜버릴 수 있는 한숨도
말한다.. 말해 버린다.. 그러고 산다..
말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아직 덜 슬프고, 덜 화나고, 덜 답답하다는 걸 수 있다.
극의 슬픔과 분노와 한숨은
말 문을 막아버리므로...
그러니까
들리는 말보다는 침묵의 말들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텐데
내 눈과 귀와 가슴은 너무 게으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