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석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오늘날 미국에 대한 책이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의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 된 2018년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던 2000년대 초반을 비교하면서 대외 전략을 비교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셰일 혁명이 트럼프에 미친 영향과 과거의 오바마, 부시 정부 시절의 정책 상당 수가 석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9.11테러, 이라크 전, 금융위기의 배후에서 석유가 작용한 내용을 각종 논문, 기사 등을 추적하는데, 저자의 시점이 독특하면서도 논리적이다.
33개의 장이 시간 순으로 석유가 결정한 역사적 사건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데, 일단 굉장히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패권국이 미국이 석유를 중심에 두고 어떻게 세계 전략을 펼치는지를 굉장히 탄탄하게 서술한다. 그러면서 모든 내용을 세세한 출처와 근거를 밝히는데, 이 점에서는 저자의 노력을 인정할만 하다.
이란과 한국의 닮은 점, 사우디가 한국의 정유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이유, 그리고 산유국이 고유가를 싫어하는 점들도 흥미롭게 읽었다. 주석 페이지만 1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출처 목록이 많은 것도, 상당히 공을 들인 저작임을 알게 한다. 올해 읽은 책 중 탄탄한 서술과 쉬운 전개로 친구에게 추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책 중 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