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반야심경 해설서는 없었다
나그네 2022/08/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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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심경 정해
- 관정
- 58,500원 (10%↓
3,250) - 2022-05-01
: 287
요약본을 읽고 나니 정본인 <반야심경 정해>를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요약본은 그야말로 정본 내용의 아우트라인만 소개한 것이라 진짜 중요한 내용들은 실리지 않았다. 요약본만으로 전체 조망을 파악하려 말고 아예 첨부터 정본을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 이 책은 기존 반야심경해설서들과는 그 스케일이 완전히 다르다.
기존 해설서들은 반야심경이란 산의 어느 한 귀퉁이만 답사하고 나서 그 산에 대한 찬가를 지었다면 이 책은 거대한 산의 전체 모습은 물론 산을 이루는 풀뿌리나 돌멩이 하나까지 섬세하게 조사하여 영묘하고 장엄한 반야심경의 진면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괜히 필자처럼 얄팍한 수를 쓰다가 결국 두 권을 다 사게 되는 전철을 밟지 마시기 바란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오온'에 대한 용어 해설이다. <반야심경>해설서라면 누구나 몇 권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오고산 강설 1981년도 제4판을 포함하여 6~7종이나 소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해설자마다 '색수상행식'의 용어 해설이 다르다. A의 주장을 보면 그게 맞는 것 같고 B의 주장을 보면 그게 또 맞는 것 같다. 굉장히 헷갈린다. 특히 '수상행식'은 학자마다 스님마다 자기 주장이 있다. 여섯 명이면 여섯 일곱 명이면 일곱이 각기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런 다양성을 불교의 장점이라 강변할진 몰라도 1600년 통용된 <반야심경> 역사로 볼 때 탄식이 절로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청자나 독자가 알아듣지 못할 모호한 설명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용어 해설은 명쾌하고 설득력이 있다.
물론 관정스님 견해의 완벽성 역시 학계나 교계의 검증과 동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토록 진지한 반야심경 연구서는 처음 접한다. 오온 해설 뿐만 아니다. 반야심경의 제목에서 본문에 이르기까지 한 단어 한 문장 소홀히 다룬 게 없다. 2종의 산스크리트어본과 8종의 한역본은 물론 이와 관련된 신수대장경, 팔만대장경, 영역본, 한글역본 등까지 일일이 대조해가며 장기간 노심초사한 흔적이 역력하다.
구구절절 학자의 성실성과 구도자의 열정이 진하게 배어있다. 철저히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다. 언어학적 분석의 엄밀성, 문헌학적 증거 자료의 풍부성 등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주장과 논리는 서구식 교육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공감을 충분히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기존의 번역이나 해설들을 맹종하거나 답습하지 않았다는 점이 올곧다. 그래서 그런지 주장이 당당하고 언사가 거침이 없고 도발적이다. 수백 년간 답습된 모호한 용어나 공리공론을 배격하고 사변 일변도로 흐르지 않아서 참신하다. 교계나 학계의 기존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직접 거론하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따라서 이 책에 거론된 교계나 학계의 권위자들께선 타당한 반론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이 책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19세기 스리랑카 파아나두라 대논쟁과 같은 치열한 야단법석이 현대 한국 불교계에서 벌어지는 것도 볼만할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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