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가 안녕달님의 겨울 이불을 펼쳐보자.
여렸을 적, 겨울이면 따끈한 연탄방에 두꺼운 솜 이불을 덮고 얼굴만 쏙 내밀고 누워 귤을 까먹으며 작은 티비를 보던 시절....
처음 표지를 보자마자 떠오른 유년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눈이 소복소복 오는 날,
아이는 머리에 눈을 잔뜩 쌓은 채 학교에서 시골집으로 돌아오고,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은 후, 겨울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데...
따끈한 아랫목이 아닌 더 깊은 곳으로,
얼음할머니식혜와 곰엉덩이달걀을 파는 찜질방으로 초대된다.
아이는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 발꼬락을 잔뜩 구부리고, 아장아장 걸어서,
제일 좋은 장소에 수건 펼치시고 귀여운 양머리를 하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곁으로 간다.
또 아이는
곰엉덩이달걀 4개를 가지러
난닝구차림의 계란 장수 트럭이 오가는
어느 여름의 골목을 지나고,
얼음할머니식혜를 가지러
차가운 나무판에 무릎을 꿇고 씽씽 얼음 위를 달려
어느 겨울의 빙판 위를 지난다.
책을 보는 내내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고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를 찾으며
한없이 미소 지을 수 있었다.
푸하하하
와하하하
파하하하
히히히
낄낄낄낄
끅끅끅
킥킥킥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겨울 이불 속에서 잠든 아이
그 이불 속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공깃밥을 꺼내
일을 마친 아들에게 소박하지만 한상을 차려주시는 할아버지
안녕달 작가님의 순수한 마음과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탄생한 이 그림책을 유난히 겨울을 좋아하는 나는, 나의 최애 겨울 그림책으로 마음속에 두었다.
도배지에 붙어있는 스티커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커다란 밥공기
골목 바닥에 낙서하는 아이들
귤을 까먹은 너구리의 노란 입가 등등
며칠 동안 볼 때마다 보는 재미가 계속 계속 더해지는 그림책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며 하는 말은 항상
"아 식혜랑 달걀 먹어야겠어"
창비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개인적인 느낌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