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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엘라님의 서재
  • 밝은 밤
  • 최은영
  • 13,950원 (10%770)
  • 2021-07-27
  • : 44,819

최은영 작가님의 글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 '쇼코의 미소'의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서점에서 책을 들었다 놓기를 수번. 심지어 독서광인 친구의 추천이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아무 이유 없이 어려웠다. 인간이 가진 일종의 방어기제였을까. 본능적으로 그의 글을 읽는다면 꼭꼭 감싸 여며둔 내면이 여과없이 드러날 것만 같았다. 

늦은 밤, 작은 방의 문을 닫고 완전히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책을 펼쳤다. 밝은 밤의 첫줄을 읽고, 열페이지를 넘길 무렵이 되자 예상했던대로 발가벗은 기분이 들었다.

친절한 화법은 어렵다. 온화하고 섬세한 문장은 낮은 온도의 불 같아서 읽고나면 꼭 따끔한 열상을 남기고는 했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 우리가 보는 별이 과거의 시간을 담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또한 과거이면서도 현재와 같이 흘러갔다. 

왜 이걸 읽는 내내 물속에 잠긴 느낌이 들었을까. 할머니 냉장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산 통닭 냄새를 맡으며 할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추억을 꺼내는 건 우리가 별을 보는 것과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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