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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ddn78님의 서재
  • 요즘 애들 세계사
  • 박통
  • 17,100원 (10%950)
  • 2026-05-30
  • : 200

과거 고등학교 역사 시험을 준비하던 때부터 2021년학년도 수능 동아시아사를 공부할 때까지, 나는 이투스에서 박통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로부터 어느덧 4~5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후 문과에서 컴퓨터공학 분야로 진로를 옮기고, 군대를 다녀오는 등 역사와 인문학을 가까이할 일도 많이 줄었다. 강의에서 배웠던 세부 내용은 이제 희미해졌지만, 함께하는 수업 시간과 복습시간이 즐거웠다는 기억과 칠판을 가득 채우던 예술적 판서, 복잡한 동아시아, 세계사의 흐름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던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기에 박통 선생님, 아니 작가님의 첫 책 《요즘 애들 세계사》를 펼쳤을 때, 단순히 신간 한 권을 읽는 것 이상으로 오래 전 수업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프롤로그부터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과거 《총, 균, 쇠》를 읽으며 평소 품고 있던 여러 궁금증이 하나의 틀 안에서 정리되는 경험을 했다. 한때는 인문학을 통해 세상의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었지만, 성장하면서 많은 인문학적 해석이 결국 하나의 주장일 뿐이며 과학적 사실처럼 명확하게 증명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큰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모든 것을 의심하던 시기에 만난 《총, 균, 쇠》는 그러한 회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 준 책이었다.

다만 그 책 역시 방대한 분량과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주된 논지를 놓치기 쉬웠고, 결국 완독하지 못했다. 항상 의문이었던 질문이 참신하고 경이로운 지식을 만나 감탄하면서도 끝까지 완주하기는 어려웠었다.  저자 역시 《코스모스》와 《총, 균, 쇠》 같은 인문·과학 교양서에 감탄하면서도, 좋은 책과 독자 사이에 존재하는 높은 문턱을 고민했다고 한다. 《요즘 애들 세계사》는 바로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책처럼 느껴졌다.

이 책의 글은 간결하지만 가볍지 않다. 지나치게 지엽적인 내용은 덜어 내면서도,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과감하게 깊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사건과 연도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사건의 배경과 원인, 결과가 연결되고, 과거의 행위가 모여 다음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단순히 하나의 정답이나 흑백논리를 제시하기보다 충분한 지식과 근거를 바탕으로 독자가 스스로 납득하게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모든 궁금증을 한 권 안에서 완전히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대신 무엇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워 주고, 더 궁금한 부분은 독자가 직접 찾아보고 공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잘못된 이해로 빠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주면서도, 생각할 공간까지 빼앗지는 않는 구성이다.

글과 함께 배치된 지도와 도식, 연대표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박통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라면 칠판 위에 직접 그려 주시던 특유의 완벽한 판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올라왔던 강의도 조금 부족하면 다시 판서하시고 올리셨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강의를 눈으로 보고, 설명을 듣고, 판서를 따라 그리며 필기하고, 다시 내 말로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를 입체적으로 공부했다. 이 책에서도 글로 한 번 이해한 내용을 그림으로 다시 확인하면서 복잡한 흐름을 머릿속에 하나의 구조로 정리할 수 있었다.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설명의 일부로 기능하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선생님의 강의 방식이 책이라는 매체에 잘 옮겨졌다고 느꼈다.

짧고 단편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오늘날에는 맥락보다 결론을 먼저 소비하기 쉽다. 유튜브 쇼츠나 알고리즘이 보여 주는 정보들을 연이어 보다 보면,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기보다 누군가가 정리해 놓은 결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하나의 단편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타인이 의도한 방향으로 생각이 이끌리는 경우가 늘었다고 느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세계사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충분한 배경과 인과관계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사고방식을 훈련하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잊고 지냈던 지적 호기심과,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오래 생각하는 일의 즐거움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역사는 과거의 사건을 암기하기 위해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통찰하는 힘을 얻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인류의 탄생과 문명의 발전, 제국의 흥망, 종교 갈등과 세계대전에서 멈추지 않는다. 기후 위기와 우주 개척, AI 문명이 인류에게 가져올 변화까지 다루며 우리가 살아갈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수험생 시절의 기억도 많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날도 많았다. 그때 박통 선생님이 들려주던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시험 범위를 넘어 하나의 위로가 되었다. 각자의 시대를 나름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때로는 무섭고 화가 나는 이야기, 수업 중간에 소개해 주시던 노래와 축구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나마 웃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래서 내게 박통 선생님의 강의는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다. 힘든 하루를 견디게 해 준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도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독자가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에게는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세계사를 곧바로 연표와 사건의 집합으로 만나면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먼저 문명의 큰 흐름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이해한다면, 교과서와 시험 공부도 무작정 외우는 과정이 아니라 궁금한 내용을 더 깊이 탐구하는 과정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책은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책은 아니다. 학창 시절 세계사를 배웠지만 지금은 대부분 잊어버린 성인, 바쁜 일상과 단편적인 정보에 지쳐 깊이 생각하는 일을 멀리하게 된 현대인에게도 좋은 세계사 입문서다. 시간 없을 때도 챕터마다 흥미로운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내가 목차를 보면서 궁금했던 내용이나 궁금한 내용을 발췌해서 봐도 크게 끊기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책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따라가면서 현재를 판단할 기준을 점검하고, 미래의 문제와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강 강사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자리는 달라졌지만, 지식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리도록 선한 영향력을 펼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자신이 바라고 그리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바뀐 자리에서도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전하려는 저자의 모습에 존경과 경외를 느낀다.

오랜 시간이 지나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만난 박통 선생님의 수업은 여전히 쉽고, 즐겁고, 따뜻했다. 《요즘 애들 세계사》가 더 많은 청소년과 독자들에게 세상을 능동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전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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