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분단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문학 평론 및 서사학적 관점에서 서술상의 한계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주요 비판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서술 (현실성 부족)
* 지나친 내면 심리 묘사: 주인공 이명준의 독백과 관념적인 사유가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 구체적인 현실 사건이나 에피소드보다 주인공의 철학적 고민에 치중되어 있다.
* 현실의 도식화: 남한(밀실 없는 광장)과 북한(광장 없는 밀실)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대립 구도를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설정하여, 실제 사회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관념적인 틀 안에 가두었다는 비판이 있다.
2. 대안 제시의 미흡과 허무주의
* 비판적 태도에만 편중: 남북한 체제 모두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했지만, 작가가 지향하는 진정한 '광장'의 모습이나 명준이 나아가야 할 대안적 삶의 방식은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 회의적 결말: 주인공이 남북한 모두에 절망하고 중립국을 선택한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결말은, 이데올로기 대립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허무주의적 태도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는다.
3. 주인공의 엘리트주의적 시각
* 대중과 유리된 지식인: 주인공 이명준이 철학과 3학년이라는 지식인 계층으로서, 일반 대중의 삶과는 유리된 채 고독한 관찰자나 방관자의 입장에서 현실을 비판하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소설이 지닌 현실 비판의 보편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4. 인물의 전형성과 평면성
주인공 이명준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의 관념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적 존재에 머물러 있다.
윤애나 은혜 같은 여성 인물들은 이명준의 고뇌를 위로하거나 개인적 휴식을 제공하는 '밀실'의 상징으로만 기능할 뿐,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 평면성을 보인다는 비판이 있다.
5. 문체와 서사 구조의 난해함
* 잦은 개작(改作)이 증명하는 서사적 불안정성: 최인훈 작가는 이 작품을 1960년 발표 이후, 1976년 전집 판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개작했다. 이는 초기 판본의 서사 구조나 문체에 문학적, 서사학적 미흡함이 있었음을 작가 스스로 인정하거나 보완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개작이 거급될수록 서사의 촛점은 난해해지고, 추상적 관념성만 증가하여 독자의 감상이 미궁으로 빠지게 만드는 혼돈이 더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반적으로 '광장'은 분단 상황을 관념적으로 형상화하여 이념의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하나, 남한은 타락한 자유, 북한은 경직된 혁명이라는 식의 도식화된 이분법적 구도가 서술 전반을 지배하여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 내지 허무화하는 바람에 실패한 니힐리즘 작품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적 좌파 진영과 운동권에서는 70~80년대 그람시의 문화적 고지 점령을 위한 선행 전략으로서 "무정부주의" 전파를 위해 최인훈의 <광장>을 이념적 프로파간다로 즐겨 이용했던 전력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책은 운동권 세대에게 이데올로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지금의 신세대들에게까지 적극 권장하고는 있지만, 해묵은 이념 전쟁을 초월(?)한 MZ세대에게 이 책이 먹힐는지는 미지수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