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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이 침몰한다고?
  • 나운영
  • 15,300원 (10%850)
  • 2025-06-15
  • : 459
무너질 줄 몰랐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 사람은 비로소 삶의 구조를 돌아본다. 그게 꼭 지진 때문일 필요는 없다. 계획 없는 퇴사, 갑작스러운 상실, 문득 찾아온 고립감 같은 것만으로도 마음속 기둥 하나쯤은 쉽게 금이 가니까.

<<일본이 침몰한다고?>>는 그런 균열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거대한 흔들림에서 작가는 무너진 일상을 다시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 가구 배치며 구호 물품이며 잠옷의 재질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까닭은 단 하나,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나하나의 선택이 쌓여 불안을 견디는 단단한 기둥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흔들림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붙드는 일이 곧 살아내는 일이라는 진실을 이 책은 집요하게 증명해 보인다.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살아남는 법’을 고민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닿게 됨을. 재난에 대비한다는 건 그저 위기를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정돈하는 일이었다. 지켜야 할 것, 버려야 할 것,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대비가 구체적일수록, 정돈이 생활화될수록 흔들림 앞에서 더 오래 설 수 있다.

누구에게나 불쑥 찾아오는 ‘삶의 진동’을 떠올려본다면, 일상을 재정비하는 작가의 분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위태를 통과하며 살아가고, 그때마다 삶을 지탱할 무언가를 찾기 마련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 침몰한다고?>>는 재난에 관한 보고서이자, 일상을 향한 연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평온을 지키려는 한 사람의 노력이 결국 모두의 이야기로 번져가는 걸 보면 그렇다.

문득 바랐다. 삶이 휘청이는 날에도 나를 지켜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재난용 가방처럼 꺼내쓸 수 있는 무언가를 마음 한편에 준비해두고 싶었다. 손전등이나 작은 생수 한 병처럼 손에 잡히는 명확한 방식으로 ‘마음의 방재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소한 순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일, 좋아하는 이불을 꺼내는 일처럼 별일 아닌 순간에 더욱더 살아가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므로. 내 삶의 작은 손잡이 같은 그때를 나는 오래도록 행복이라 불러왔다.

사람은 사소한 행복에서 다시 살아낼 힘을 얻는다고 나는 믿었다. 하지만 정작 재난이 닥치면 그런 것들이 아무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더욱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문손잡이 하나마저도 삶을 지키는 조건이라면, 나는 빈방을 마련해두려고 한다. 세상이 뒤흔들려도 당신과 나의 안위를 위해 준비해둔, 아주 사적인 대책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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