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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vlycowanii의 서재
  • 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
  • 권혜경
  • 17,100원 (10%950)
  • 2024-12-10
  • : 320
평소에 여행 에세이를 자주 읽진 않는다. 여행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 읽으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며칠을 끙끙 앓곤 한다. 그게 싫어서 여행 에세이는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내가 미쳤지, 여행 에세이를 읽어 버렸다. <<발권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제목에 한 번 흔들렸고, 여행사를 운영한다는 저자의 이력에 두 번 흔들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 궁금했다. “오대양 육대주의 70여 개 나라와 수많은 도시를 발로 밟은” 사람은 여행을 어떻게 즐기나 하고.

괜히 읽어서 버킷리스트만 늘어났다. ‘알쓰인 남편과 유럽 맥주 투어하기’와 ‘일본어 잘하는 남편과 일본 도시락 여행하기’. 안 그래도 이루고 싶은 일이 많은데, 휴우. 하고 싶은 일을 다 해 보고 죽으려면 오래 살아야겠다 싶어서, 괜히 밥 한술 덜 먹고 한 걸음 더 걷고 했다.

권혜경 작가는 여행을 두고 “평생 꺼내 쓸 해피 카드”라고 말했다. 얼마나 멋진 표현인지, 나도 작가처럼 해피 카드를 발급받고 싶어졌다. 지금 당장 가진 게 많지 않더라도, 기억 속에 쌓아둔 경험들로 언제든 행복을 결제할 수 있을 테니까.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뮌헨의 혼탕 사우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낯설고도 아찔했을 그 공간에서 작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혼탕의 문턱을 넘었다. 그 뒤로 작가는 여행 중 해 볼까 말까 고민되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안 하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것을, 아니 후회한다 해도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내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유럽 맥주 투어하기도, 일본 도시락 여행하기도, 어떻게 보면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인데 혼자 막막하게 느꼈다. 사실 이보다 더 소소한 꿈도 많은데. 살사 배우기나 크로와상 만들기 같은. 그런데도 나는 늘 ‘할까 말까’ 고민만 했다. 예산, 시간, 체력을 핑계 삼아 뒤로 미루고, 나중에는 이루고 싶단 마음마저 흐릿해져 버릴 때까지.

생각했다. 여행은 어디론가 떠나는 일이 아니라, 망설임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망설임 뒤에 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목적지가 아닐까.

책을 덮고 나니 문득 마음이 분주해졌다. 작가처럼 나도 “경험한 자의 여유”를 부리고 싶었다. 이제는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여행이든, 아니든 내가 원했던 어떤 일이든, 결국 해피 카드는 스스로 발급하는 것이니까.

이제 선택만 남았다. 나만의 여행을 시작하는 일. 시작만 한다면 그것은, any way, happ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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