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기자가 뉴스데스크 앵커직에서 하차한 후, 가끔씩 소식이 궁금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곤 했습니다. 워낙 뒷말이 많은 상태에서 어수선하게 하차한거라 신 기자 개인의 행보는 물론 앵커 하차의 심경 등을 담은 인터뷰가 올라오지 않았나 궁금했던 탓이지요.
그러다가 책을 출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기대를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어수선한 저간의 상황이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본격적으로 읽어보니, 하차 당시의 상황뿐만 아니라 신 기자 본인이 기자생활을 하면서 목격한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밝히면서 이전에 뉴스데스크에서 언급했던 클로징이 수록되어 있더군요. 개인적으론 이미 MBC 표준FM에서 뉴스의 광장을 진행할때부터 클로징 멘트를 익히 들어왔던터라 뉴스데스크 앵커 당시의 클로징도 특별히 새롭진 않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노무현 대통령 당시나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의 멘트를 비교해볼 때 기준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거든요. 권력을 매섭게 비판하는 자세가 그대로였죠. 다만 제가 보다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었기에(사람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다르니까요) 가끔은 너무 쎄게 나간 것 아니냐 싶을 때는 있었습니다. 신 기자는 책에서 듣는 장본인이 마음 아프지 않게 조절하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어쨌든 지난 정부든 현 정부든 일관성을 갖고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인 본연의 자세를 지켰다는 데에는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또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으로서 클로징을 했던 것이 아니라 권력 감시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언론인의 자리에서 클로징을 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책을 구매하고 기다리면서는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미리부터 궁금해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간추린 내용을 읽어보며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막상 책에 언급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실상을 접해보니 마냥 흥미롭게 볼 수만은 없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런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모습 속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시대적 고민을 해야 하는가를 제게도 생생하게 고민하게 하고 간접적이나마 체험하게 해 준 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미디어법 문제를 비롯해 우리 국민이 언론을 보다 민감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더욱 깊어지게 되네요. 책에도 몇몇 사례에서 언급되지만, 언론의 지적으로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고 대책을 마련하는 경우를 우리는 목격하게 됩니다. 이런 체계를 생각해보면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지, 또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토양이 갖춰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세심하게 돌아보고 여론으로 적극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즉 무조건 언론을 지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이되 언론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이러한 관점에서 언론이 그동안 상식에 어긋난 행보를 보였던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해보았습니다. 최근엔 언론이 권력 비판의 최일선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권력으로 자리잡으며 일부 언론은 권력의 이동에 따라 소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에 대한 견해는 언론인의 입장에서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들어보고픈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죠. 책에서는 미국에서 언론이 얼마나 존중받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잠깐 있는데, 그런 존중을 받으려면 우리의 언론 문화 또한 반성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참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고민을 많아지게 한 책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은 슬픈 고민이랄 수도 있겠지만 그 고민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회자되고 회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또 기다려봐야 하는 것이겠지요.
한 가지 특별했던건, 앵커 시절의 여러가지 여담도 책에 언급됐는데, 일전에 제가 MBC 뉴스 사이트를 통해 고개 인사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의견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그걸 직접 읽어보셨는지 책에 실려있더군요. 읽고 잠깐이나마 놀랬습니다..^^;;
어쨌든 과거를 통해 시대적 고민의 화두랄까, 의제를 던지는 책이란 말로 이 책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