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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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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 - 2021-04-28
: 28,852
인생의 중요한 시기마다 운명처럼 다가오는 책이 있다. 역시나 첫 장부터 읽는 내내 밑줄을 멈출 수가 없었고 노라는 또 다른 나였다. 그녀가 겪었던 무수한 일들이 지난 날의 나와 오버랩되며 나는 내내 엉겨붙어 발목을 잡았던 나의 지난 날들에게 차례로 안녕을 고할 수 있었고, 지지 않아도 되었을 죄책감으로부터도 조금은 자유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이 내게 말하는 시그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나 둘 넘버링을 하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장까지 133개의 번호를 붙였다. 이제 그 리스트들 중 대부분이 나의 <후회의 책>이 될 것이었고, 또한 백지로 시작될 <미래의 책> 첫 장의 첫 문장이 될 터였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 노라처럼, 더는 세상을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놓쳐버린 기회들과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상처가 엉겨붙어 세상에 대한 미련같은 건 없다고, 더는 고통스럽게 살고싶지 않다고 그래서 내일 아침엔 눈을 뜨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들과 내가 아프게 한 사람들, 내가 지키지 못한 존재들이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 같았고 더는 이 생에서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어디에도 무엇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도 사랑할 자격도 없다고 스스로를 질책해왔다.
그러나 그녀의 삶을 통해 나를 반추하면서 깨달았다. 도망치고 싶은 이 삶이 실은 내가 가장 잘 살아내고 싶고 또 여전히 다시 잘 살아낼 수 있는 기회 그 자체라는 것을. 매트 헤이그가 마치 하나님이 보내준 수호천사처럼 여겨졌다. 9시간 전의 세상에서 나를 지켜보며 쓴 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게 눈물과 위로와 소망을 동시에 주었다. 그리고 내 안의 잠재력과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거라는 걸 끊임없이 일깨워준 이 실화같은 소설에 나는 사는 내내 감사할 것이고 또 다시 지치고 힘에 부칠 땐 언제든 다시 이 책을 집어 들고 생의 귀한 선물을 다시 감사히 받아 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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