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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하여
  • 미셸 에켐 드 몽테뉴
  • 12,600원 (10%700)
  • 2016-06-30
  • : 546

지난 봄에 했던 작은 수술이 계기였던 것 같다.
죽음과 노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그러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봤는데,
드라마를 보며 죽음과 노년을 조금 더 진지하게 떠올렸다.
꽤 현실적인 생각도 했었다.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낼 얼마의 돈을 모아야 한다,
가끔 요양원에 놀러 올 친구나 식구들은 누구누구겠지.
혼자 남은 친구들과 한집에서 모여 사는 상상도 했고.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보니
죽음과 노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안내할 것 같았다.
알고 보니 그 유명한 몽테뉴 '수상록'의 선집이었다.
그래서 위대한 사상가의 사변적인 말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하며 읽기 시작했다.
편견과 달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 보낸 몽테뉴의 아픔과,
신장결석으로 고통 받은 몽테뉴의 경험이 우러난,
현실적이고 내용 좋은 에세이였다.

신은 생명을 조금씩 빼앗아감으로써 인간에게 은총을 베푼다.
이것이 노화의 유일한 미덕이다.
노화를 겪으며 조금씩 죽어온 덕분에 
마지막 순간에 죽음이 완전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것이다.
그 상태에서 죽음은 그저 존재의 절반,
혹은 사 분의 일만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_18페이지

우리는 죽음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삶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죽지 못한다.
죽음에 대한 걱정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삶에 대한 걱정은 우리에게 공포를 준다.
_147페이지

통증에서 이득을 얻은 것도 있다.
여태까지는 죽음과 완전히 화해하여 친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통증이 그것을 이루어줄 것 같다는 점이다.
통증이 나를 괴롭히고 귀찮게 굴수록
나는 죽음을 덜 두려워하게 될 테니까.
_273페이지

노년과 죽음에 대한 몽테뉴의 생각에 내가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죽음들을 지켜봤고, 병에 걸려 극심한 통증을 겪은 그의 경험을 알고 나니,
세상, 관계, 삶에 대한 몽테뉴의 성찰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유명한 사상가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노년과 죽음에 대한 태도는 결국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죽음이 나에게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며,
죽음과 노년을 아무리 준비한다고 해도, 
그 때가 되어서도 그 준비가 효과가 있을지도 조금 의문이다.
그러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준비는 하되 지나치게 사로잡히지 말자.
그리고 매순간 최대한 즐겁게 살아가자'는 것.
이 당연한 메시지를 몽테뉴가 다시 한 번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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