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견 오드리>는 우리 아이들이 10살, 7살일 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줬던 동화다. 그 녀석들이 지금은 고등학생, 중학생이 되었다. 그림책을 읽어주면 환해서 더 안 자는 것 같아 스탠드를 켜고 읽어줬는데, <명탐견 오드리>는 읽어주는 나도 듣는 아이들도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8년이 지난 지금은 줄거리도 가물가물.. 해서 이번에 새로 나온 개정판을 읽게 되었다.
개를 키우는 건 언제나 많은 아이들의 워너비다. 요즘엔 고양이가 핫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개는 인기가 많다. 그런 개가 주인공인 것과 ‘추리’라는 이야기 구조는 책을 향한 아이들의 손끝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아쉬운 점이라면 표지가 너무 아기아기하달까. 중학년 문고치곤 좀 유아틱하다.

2012년 나온 책과 2020년 개정판
<명탐견 오드리 - 추리는 코끝에서부터>는 고서화 도난 사건, 다이아몬드 반지와 게임기 도난 사건, 길고양이 학대 사건 등 3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오드리의 추리와 함께 이웃과 가족 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오드리의 남다름은 시작부터 드러난다. 오드리는 함께 사는 아저씨를 주인이 아니라 식구라 하고, 자기 이름은 스스로 짓는다. 짖는 개가 아니라 짓는 개, 오드리.
사실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은 ‘오드리’야.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배우, 오드리 헵번.” 오드리. 투명한 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이름이 맘에 쏙 들었어 게다가 아름다웠다니... 난 그날 내 이름을 ‘오드리’로 정했어. 11
“승태 씨는 주인이 아니라 식구라니까. 어느 누구도 내 주인이 될 수 없다고 몇 번을 말했니?” 16
명탐견 오드리의 추리력은 남다른 감각에서 나온다. 고서화 사건에선 평범치 않은 육포 맛과 범인의 향수를 알아챔으로써, 게임기 사건에선 맵싸한 냄새, 다이아몬드 사건에선 소리 안 나는 목걸이에 대한 의심, 길고양이 학대 사건에선 피 냄새와 자기 오줌을 이용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한다.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아도 오드리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각과 추리를 전하고 범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도 찾게 된다.
난 얼떨결에 휘리릭이란 이름을 갖게 됐어. 에휴, 한집에 산다고 맘까지 통하는 건 아닌가 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식구들과 맘이 통할까? 하지만 나는 언젠가 오드리라 불릴 날이 올 거라 믿고 있어. 그래서 오늘도 희망을 갖고 힘차게 외치고 있어. 왈왈왈! 34
오드리와 범이 아빠 승태씨와의 티격태격도 재밌고, 다이아몬드 사건에서 잡았던 범인이 사실은 다른 무엇이었음이 드러나는 부분도 색다르다.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
중간 즈음에 오드리가 엄마 생각을 하며 눈물짓는 부분이 나와서 나중에 엄마와의 재회를 나름 기대했는데 없어서 아쉬웠고, 범인들에 대한 단서가 너무 빨리 드러나는 것도 좀 아쉬웠다. 어쩌면 중학년에겐 맞추는 재미가 있으려나. 중학년 아이들에게 한 번 권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