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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ha0125님의 서재
  • 밀어내라
  • 이상옥
  • 12,600원 (10%700)
  • 2019-12-20
  • : 872
20년 전 쯤 깨달았던 것 같다. 내가 '다르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틀리다' 는 말을 쓰고 있음을. 그때부터 '틀리다'라는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오면 의식적으로 '다르다'로 바꾸었다. 그땐 말만 '틀리다' 였지, 생각은 '다르다' 였다. 그렇게 말을 생각에 맞춰 나갔다. 그런데 이 책은 완전 다르다.


앞표지, 산산조각 난 빙하 위에 펭귄이 한 마리 있다. 빨간 막대기를 들고 아주 전투적인 모습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메세지인가? 궁금해진다.

남극의 빙하지대가 빙하조각으로 바뀌자, 펭귄들에게는 '다른' 펭귄이 '틀린' 펭귄이 되어버렸다. 틀린 문제를 채점하듯 펭귄들은 붉은 막대기로 다른 펭귄들을 밀어냈다. 말은 '다르다'고 했지만, 생각은 '틀리다' 였다.


"우리와 다른 펭귄은 오지 마라!" "다른 펭귄은 오지 마라!" 힘센 펭귄들이 긴 막대기로 밀어냅니다. ​


뒤이어 온 물개에게도, 곰에게도 펭귄들은 똑같이 했다. 다르다는 이유가 궁색했는지 이젠 다른 이유들도 갖다붙인다. 그런데 그 이유가 꼭 사람에게 하는 말 같아서 숙연해진다.


"곰들이 무거워서 얼음이 녹는 것 같아." "물개들은 너무 많이 먹는대." "다른 동물들 때문에 우리가 먹을 게 부족해질걸?" "밀어내라! 밀어내라!"​


어른 펭귄들이 열심히 다른 존재들을 밀어내는 사이, 어린 펭귄들은 문어를 발견한다. 문어와의 먹물놀이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어린 펭귄들은 먹물이 묻은 채로 어른 펭귄에게 간다.


"엄마 아빠 이것 봐요." "우리도 이제 달라요."​


어린 펭귄의 허를 찌르는 한 마디다. 다르다는 것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말. 그러나 어른 펭귄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밀어내라! 밀어내라!"를 외칠 뿐이다. 어른 펭귄이 밀어내는 만큼 어린 펭귄은 다른 존재들과 가까워졌다. 어른 펭귄이 밀어낸 건 다른 존재들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른 존재를 밀어낸 결과는? 어른 펭귄들은 자신들의 터전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을까? 그 뒷이야기는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


고1 아들 녀석에게 읽어보라 권했다. 다 읽더니 나치 이야기를 했다. 유대인을 밀어낸 독일인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얘기를 하다 그 당시 개념청소년이었던 백장미단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희망은 어린 존재들인가 보다. 어린이와도 청소년과도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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