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하면 맹수, 갈기, 그리고 황토색이 생각난다. 그래서 ‘푸른 사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조금 낯설었다. 젊은 사람을 나타내는 ‘청년’이라는 말이 있듯 젊은 사자를 말하나 보다 싶긴 했지만.
푸르다
1.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2. 곡식이나 열매 따위가 아직 덜 익은 상태에 있다.
3. 세력이 당당하다.
밝고 선명하고 아직은 덜 익었지만 당당한 사자, 와니니. 그러나 실상은 좀 찌질하다. 와니니는 사냥도 할 줄 모른 채 무리에서 쫓겨났고, 자신의 영역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다. 말라이카, 잠보, 마이샤와 함께 ‘와니니 무리’를 이루긴 했지만, 코끼리 눈치나 보고 개코원숭이의 비웃음을 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와니니 무리는 자신들의 속도로,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 나간다.
혈투 끝에 사냥에 성공하고도 사냥감을 뺏기기도 하고, 사냥 과정에서 말라이카를 잃어버려 다시 찾아나서기도 하고, 슈자 무리에 얹혀살며 슈자 무리의 이간질을 경험하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은 와니니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했고 서로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했다.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한 먹고 먹히는 자연의 섭리, 그 과정에서 겪는 만남과 헤어짐, 갈등과 해결을 통해 와니니 무리는 성장해나간다. 등장하는 동물들과 나무들을 찾아가며 읽으면 그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생생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눈치나 보고 도망이나 다닐 거면, 뭐 하러 사자로 태어나? 72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심장이 힘차게 뛰었다.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해졌다. 사냥꾼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74
죽고 사는 일은 초원의 뜻이라고들 하지.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 그게 진짜 초원의 왕이야. 89
너희를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 아빠를 떠나도 되는 거구나. 아니, 그래야 하는 거구나... 엄마들이 나를 떠나보낸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됐어. 149
제가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한다는 것, 그건 사자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영토를 가진 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187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되는 것, 그것은 암사자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것이 암사자의 일이다. 206
사자의 이야기가 사람의 이야기와 닮았다. 눈치 보지 말고, 어떻게 살지 선택하는 건 나 자신임을 알기. 삶은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목소리로 포효하는 것. 그러니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그 기쁨을 누릴 것.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 될 것. 와니니가 보여준 삶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삶에 담기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