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아들이 생긴지 3달이 되어간다. 모든 모습이 다 귀엽지만, 꼬리 끝을 살랑이며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은 특히나 인상 깊다. 그럴 때 냥이의 모든 감각은 그 하나에 열려 있다. 흔히 상대의 말을 들을 때 경청하라고 하는데, 냥이에게서 그걸 배운다. 내가 모르는 뭔가 있나 싶어 내 눈길도 거길 향한다. 늘 곁에 있어 그냥 지나치던 것들에. 냥이의 시선은 그렇게 모든 걸 특별하게 만든다. 그런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가 요즘 부쩍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김중미 작가의 신작 <꽃섬 고양이>는 단연 돋보인다. 동화를 읽고 이토록 눈물을 흘린 게 언제였던가. 슬픈 이야기지만 가장 여린 생명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어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꽃섬 고양이>는 창비아동문고 시리즈로, 총 네 개의 단편이 담겨 있다. 수가 적은 만큼 네 편의 작품은 호흡이 길다. 긴 호흡에도 지루함은 없다. 네 편의 동화에 재개발, 경쟁 사회 등 자본의 공동체 파괴 이야기가 녹아 있는데, 그 속에서 버려지는 동물, 파괴되는 가족, 입양, 아기 강아지 고양이를 얻기 위한 공장식 사육 등 생각해 볼만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있다. 각 소재들은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진한 슬픔을 넘어서 관계 맺음이 주는 희망을 느끼게 한다.
‘꽃섬 고양이’에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재개발, 로드킬 이후 동물의 삶, 노숙자를 양성하는 구멍 뚫린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속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장애인이 된 최 씨 아저씨와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노랑이의 만남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고맙다, 생명의 은인. 또 보자.”
노량이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언덕을 내려가는 최 씨를 가만히 보다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괜찮아. 노랑아, 이리 와. 같이 먹자. 이제부터 너를 노랑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날 최 씨는 노인에게 얻어맞고 있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노랑이와 눈이 마주쳤었다. 그 눈빛을 생각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최 씨는 지금껏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노랑이가 있었다.
최 씨 아저씨는 노랑이에게서 살아갈 이유를 얻고, 노랑이는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데 최 씨 아저씨의 배려를 얻었다. 다른 고양이의 새끼를 구하려다 사고를 당한 노랑이. 노랑이에게 도움을 청할 최 씨 아저씨가 있어 참 다행이었다. 사고로 노랑이는 다리를 하나 잃은 대신 순복이라는 딸을 얻었다.
노랑이가 세 발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중략).. 노랑이는 근처 고양이들 사이에 악바리로 소문이 났다. 그러나 순복이에게만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어미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최 씨 아저씨도 무료 급식소 상근 직원이 되고 이젠 딸 순복이도 새끼를 낳게 되어 그렇게 노랑이는 할머니가 되었다.
“저도 노랑이를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해요. 세 발로 저렇게 당당하게 대장 노릇을 하고, 할머니 노릇까지 해내는 걸 보면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최 씨 아저씨는 한 귀퉁이에 노랑이 가족이 살 집을 만들어준다. 노랑이 가족만의 공간을 만들어준 최 씨 아저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만 싶은 노랑이. 과연 노랑이는 어떻게 그 고마움을 표현했을까? 그건 꼭 책에서 확인하시길. 노랑이의 사랑스런 행동을ㅎㅎ 그리고 나머지 단편들도.

노랑이는 세 발로도 언제나 당당했다. 그런 노랑이가 있어 순복이도 새끼 고양이들도 어디를 가나 자신만만했다.
나도 그런 노랑이를 닮고 싶다. 세 발로도 언제나 당당한 노랑이를. 그런 내 모습에 우리 아이들도 어디를 가나 자신만만하기를.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의 아픔에도 마음이 열려있기를.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 존재에 깃든 상처와 슬픔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알 수 없는 미래까지 받아들이는 선택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