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시리즈는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등 유럽의 주요 도시를 다루며 작가의 감상과 주관적 조망을 제공하지만, 깊이 있는 성찰이나 독창적인 도시 해석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저으기 실망과 아쉬움만 남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깊이 있는 성찰과 현장감은 거세된 채, 인터넷 검색 수준의 얕은 역사 지식과 주마간산식 감상만을 나열하여 기행문으로서의 본질적 가치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수준 낮은 저작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는 이 책은 완성도 낮은 ‘함량 미달의 기행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기도 하다.
<유럽도시기행> 시리즈의 내용과 서술상 문제점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심도 없는 수박 겉핥기식 행태
기행문은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이 지닌 고유한 정체성과 삶의 궤적을 포착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도시의 외양이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1) 공간의 도구화: 도시는 그곳에 축적된 시간과 인간의 삶이 얽혀 있는 복잡한 유기체인데, 저자는 도시의 심층부에 진입하여 그 고유한 생명력을 탐구하기보다, 자신의 단편적인 지식을 풀어내기 위한 배경 화면(무대)으로만 도시를 소비하고 있다.
2) 관광객의 시선에 머문 한계: 깊이 있는 문화비평가나 인문학자의 시선이 아니라, 짧은 일정 동안 패키지 여행을 다니는 일반 관광객의 동선과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공간에 대한 진지한 사유나 집요한 관찰이 결여되어 있어 깊은 울림이 없다.
2. 주마간산식 단편적인 감상 나열
문학이나 수준 높은 비평으로서의 기행문은 작가의 내면적 변화나 철학적 성찰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전반적인 서술 방식은 스치듯 지나치며 느낀 파편적인 인상주의적 감상에 의존하고 있다.
1) 유기적 연결성의 부족: 하나의 도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맥락이나 구조적 분석 없이, "여기에 가니 이런 느낌이 들었다", "저것을 보니 과거의 무엇이 연상되었다" 식의 1차원적 감상이 옴니버스 형태로 나열되는 데 그치는 편이다.
2) 지나친 주관성과 평이한 문장: 감상의 깊이가 얕다 보니 서술 역시 평이하고 진부한 수사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독자에게 새로운 영감이나 인식의 전환을 제공하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상식적인 감상을 반복하며 지면을 채우는 인상이 다분하다.
3. 인터넷 정보 수준의 역사 지식 반복
이 책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지식의 깊이와 독창성 부족이다. 작가는 방대한 역사적 배경을 곁들이며 전문적인 인문 기행문임을 애써 표방하지만, 그 알맹이는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 백과사전식 정보의 짜깁기: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 인물에 대한 일화, 건축물에 대한 설명은 조금만 검색해 보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위키백과나 인터넷 블로그 수준의 대중적 지식의 나열에 그치고 있다.
2) 지식의 단순 재생산: 기존의 역사적 사실이나 정설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거나, 현대적 관점에서 비틀어 보는 지적 변주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공인된 텍스트를 요약·정리하여 전달하는 서술 방식은 기행문이라기보다 평이한 유럽 역사·문화 가이드북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며, 결과적으로 텍스트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4.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확증편향적인 서술
책 전반적으로 저자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나 인간관, 미적 기준을 도시의 역사적 평가에 투사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이 보고 싶고 증명하고 싶은 가치(예: 민주주의, 시민의식)에 맞춰 도시의 성격을 규정하고 해석을 짜 맞춘다는 인상을 주는 편이다.
독자에게 정보를 동등하게 공유하기보다, 지식인이 대중을 가르치고 일깨우려는 듯한 계몽주의적 어조가 기저에 깔려 있다.
"이것을 알아야 진정으로 이 도시를 이해하는 것이다"라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여 독자의 자유로운 사유를 자신의 틀로써 제한하려고 한다.
총평하자면, 도시의 본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통찰이나 고유한 사유 대신,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편적인 역사 지식의 나열과 표피적인 감상주의와 판에 박힌 정치주의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대중성에 기대어 기획된 평이한 역사관광 안내서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유럽도시기행>시리즈가 독자들에게 주는 유일한 교훈이 있다면, 이원복 선생의 <먼 나라 이웃나라>의 문화 통찰과 역사 해석이 너무나 고급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한줄평] 참을 수 없는 주마간산의 가벼움. 대학생 배낭여행 수준에도 못 미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