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며 역사적 사실을 자극적·편향적으로 재현하여 왜곡했다는 주장과, 지나치게 수난사 중심으로 서사하여 역사의 복합성을 놓쳤다는 평을 받는 책이다. 핵심은 복잡한 역사적 맥락과 이념 대립의 입체성을 배제하여 편향된 역사 인식을 재생산한다는 비판이 집중된다.
이 책이 가지는 비판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역사적 사건의 복합성 무시
소설이 제주 4·3 사건의 발발 원인과 전개 과정에 얽힌 복잡한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적 역학 관계를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 정치적 배경의 탈락: 해방 직후 신탁통치를 둘러싼 찬반 갈등, 남로당의 조직적 개입과 무장봉기 유도, 미소 냉전의 대립 등 사건을 촉발한 다층적인 원인 규명이 생략되었다.
• 사태의 단면화: 사건을 복합적인 정치·군사적 충돌이 아닌, 국가권력에 의한 일방적인 민간인 탄압이라는 단일한 프레임으로만 조명하여 역사의 다면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2. 이분법적 가해·피해 구도
소설이 복잡한 역사적 주체들을 '절대적 악(가해자)'과 '순수한 선(피해자)'이라는 평면적 구도로 범주화했다는 비판이다.
• 도식적 대립: 진압군·경찰·서북청년단 등 공권력 측은 아무런 도덕적 고뇌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비인간적 주체로 묘사되는 반면, 그 반대편의 인물들은 오직 수난을 당하는 무고하고 순수한 희생자로만 대비되었다.
• 중간 지대의 소멸: 극단적인 좌우 대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강요받았던 이들이나, 무장대의 폭력에 희생된 민간인·군경 유족들의 고통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입체적인 인간 군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 역사적 사실의 선택적 편집과 과장
문학적 허구와 감성적 묘사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진실을 선택적으로 취사선택하고 과장했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다.
• 편향된 서사 선택: 남로당 무장대가 자행한 민간인 습격, 지서 습격, 선거 방해 등 사태를 악화시킨 좌익 세력의 폭력 행위는 축소되거나 흐려진 반면, 토벌대의 과잉 진압과 학살 참상만이 극대화되어 부각되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 미학적 과장: 역사적 기록물(보고서, 증언 등)을 인용하면서도 작가의 주관적 서정과 몽환적 어조를 덧입혀, 객관적 사실관계를 감정의 과잉으로 덮어버렸다는 문학 비평계의 분석과도 맥을 같이 한다.
4. 역사적 원한 감정의 확대재생산
소설이 과거의 비극을 치유하고 화해로 나아가기보다, 피해 의식과 분노의 감정을 세대를 넘어 계승시킨다는 비판이다.
• 고통의 현재화와 고착: 작품은 4·3을 겪은 어머니(정심)의 트라우마가 딸(인선)과 친구(경하)에게 전이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비판론자들은 이를 두고 "용서와 화해를 통한 미래지향적 가치 대신, 과거의 상처와 국가를 향한 원한 감정을 현재에 지속해서 유통하고 심화하는 글쓰기"라고 지적한다.
5. 대중에 대한 잘못된 역사 인식 호도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학습하지 못한 일반 대중이나 해외 독자들에게 역사의 본질을 오인하게 만드는 왜곡 효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 소설의 사실화 오류: 문학적 세련미와 노벨문학상 등의 권위에 기댄 이 작품이 대중에게 '제주 4·3의 표준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질 경우, 독자들은 사태의 총체적 진실을 보기보다 작가가 가공한 감성적 서사만을 역사적 팩트로 오인할 위험이 크다. 이는 균형 잡힌 역사적 성찰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6. 문학의 대중 선동 도구화
특정 정치적·이념적 지향성을 지닌 역사관을 선포하기 위해 문학 고유의 예술성을 도구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 이념적 메시지의 전면화: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보다, "국가폭력은 절대악이며 저항은 절대선"이라는 이념적 메시지를 관철하기 위해 서사를 복무시켰다는 지적이다.
• 감성적 선동: 독자의 이성적 사유를 마비시키고 슬픔과 분노라는 날 것의 감정을 자극하여, 특정 역사적 사건에 대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프로파간다(선전 선동)'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문학적 서사를 통해 이념 대립의 비극을 고발하는 방식은 예술적 자유에 해당하지만, 그것이 실재했던 역사를 다룰 때는 역사 왜곡과 이념적 편향성이라는, 소설 문학이 저지를 수 있는 최대의 오류를 이 작품이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