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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팔랑 거리는 보라
  • 라스트 러브
  • 조우리
  • 12,600원 (10%700)
  • 2019-10-30
  • : 426


세상에 유일한. 무한한. 유별한. 사랑의 마음.


<레트로 러브>

처음 그 얼굴들을 본 날을 기억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튀어 보이기 위해 ‘닭 잠옷’을 뒤집어쓰고 콘서트 장을 찾았다. 새벽부터 도착한 콘서트 장 앞에서 줄을 서 거의 모든 굿즈를 받아냈고 사진 찍으면 휴대폰 압수라는 스태프들의 날선 ‘고나리’를 받다 무대 사진을 찍어 ‘찍었다 어쩔래.’하고 전광판에 전송하기도 했다. 얇은 닭 잠옷 덕에 덜덜 떨며 반나절이 넘게 기다렸지만, 사실 도통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콘서트 시작 시간 정각이 되고 몇 초가 흘렀다. 공연장을 채웠던 노래들이 서서히 작아지고 조명이 암전 됐다. 그리고 귀가 터질 듯한 함성소리가 시작됐다.

어디 보자. 나도 좀 보자. 하면서 힘껏 허리를 펴고 무대를 살폈다. 광활한 콘서트 장의 스크린이 천둥처럼 빛을 냈고 수만 번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눈에 담았던 얼굴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무대 위로 그들이 모두 모이자 스피커가 터질 것처럼 진동했다. 그리고 음악이 들렸다.

‘슉틱타……’ 나는 그 순간 내 안의 지구가 대폭발 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함에 있어 나는 최선을 다했다. 차곡차곡 저장한 사진들을 컴퓨터에 날짜별, 이름순으로 정리하고 그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정시에 시청하기 위해 귀가했다. 그들은 매번 웃어줬고 나를 웃겨줬다. 그들이 웃을 때마다, 그들이 웃기 전에도 나는 웃었다. 그들의 시간이 내 기억이 되어 별자리같이 아로새겨졌다. 매일 밤 소중하게 반짝였고 나는 그 별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이리저리 배치하며 그들의 자리를 만들었다. 콘서트 다녀온 날이나 앨범이 나온 날 같은. 평소보다 특별한 날은 그 자리가 유난히 반짝였다. 다른 건 몰랐다. 그저 그 순간이 거기 있었으므로 우리의 밤은 무한하고도 아름다웠다.

사랑은 그렇게 온다. 사실은 매일 봐서 익숙했던 그 얼굴이 유별히 1) ‘어쩐지 낯익다고 생각’하게 되며, 이내 ‘바깥의 빗소리 때문인지’ 그 얼굴 때문인지도 모르게, 한순간은 한 폭의 풍경이 되어버린다.

밤을 넘어, 그들은 낮에도 나와 함께 했다. 휴대폰 액정과 모니터 안에서 움직이던 그들은 그 네모난 틀 바깥으로 가볍게 걸어 나와 내 노트 안에서 놀고 밥 먹고 사랑했다. 당신을 생각하며 ‘마음에 모양이 있다’고도 적었고 어느 밤에는 ‘흠뻑’이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말했고 당신의 말을 줄곧 생각하며 당신이 읽은 책을 소리 내 읽으며 그 마음에 일 밀리미터라도 더 다가가려 순간을 열심히 더듬었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게서 벗어나 나에게로 뛰어들 수 있었다. 내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경험이었다. 흐물거렸던 하루가 점차 단단해졌다. 하고 싶은 게 생겼다. 그걸 잘 하고 싶었다. 그걸 무지무지 잘해서, 내 자랑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덕분이야, 모든 게. 하고. 멋진 어른처럼.

여전히 그렇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나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건 당신 덕분이다. 모두.

2) 찬란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득한 나락이었다. 오래 봐 와서, 오래 사랑해서, 그 시간이 존재한다는 걸 내가 잘 아니까, 당신 역시 잘 안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외면한 게 아니라, 당신을 믿은 거라고.

이런 믿음 없이는 버틸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당신은 나를 지킨 것이다. 당신이 모르는 순간에도.

마음과 마음이 잇닿아 있다고 생각했던 날들이었다.

그로부터, 더 먼 시간으로부터 우리는 걸어왔고 나는 여전히 그들의 오늘이 걱정되고 내일이 기대된다. 추워진 날씨를 조심해 옷을 챙겨 입었으면 좋겠고 맛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먹고 잠을 잘 자고 그래서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3) ‘남들은 이해 못 해도 우린’ 우리 마음대로 잘 사랑할 것이다. 아무나 모르는 마음을 이야기 하는 소설을 만나 기쁘다. 기쁜 마음으로 지금처럼. 보다 더 오래 빛나고 반짝일 그들을 응원한다.

1) 본문 72-73 페이지

2) 본문 135-136 페이지

3) 샤이니 ‘Retro’ 가사 중

그렇게 외쳐야만 한다고 믿었던 사랑. 그런 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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