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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치워크
- 방희진
- 14,400원 (10%↓
800) - 2025-12-05
: 350
1.
작가 방희진의 소설 문장은 한 땀 한 땀 공들여 직조한 수공예 장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잘 벼려지고 잘 다듬어져 있다. 그런 문장들로 작가는 삶의 다양한 얼룩들을 정교하게 자르고 기워 ‘패치워크’를 완성한다. 그게 이 소설집 《패치워크》다.
본시 인간 삶의 내막과 진실은 패치워크 같은 거다. 그것은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복잡다단한 맥락들로 뒤얽혀 있어서 문자 행위로 종잡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수행하는 것이 소설가의 일이다.
2.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격렬한 내,외적 진동이 수반되는 중대한 사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건 너무나 사소한 일이어서 당사자도 여간해서는 알아채지 못한다는 뜻이다. 좋은 소설가는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고 규정하는 삶의 그 두 가지 국면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방희진은 좋은 소설가다.
먼저 중대한 사건인 경우다. <늦봄>에서 강재가 의처증으로 진주를 상습 폭행하거나 경식의 전처가 타고난 바람기를 제어하지 못해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나도는 것, <이불>에서 엄마인 ‘나’가 딸 수진에게 굳이 생일날 소개팅을 하도록 부추겼는데 하필 그날 수진이 집에 돌아오다가 뺑소니 교통 사고를 당해 죽게 된 것 등은 평범한 개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은 사건 당사자와 그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고 뒤흔들고 파괴한다.
다음으로는 너무나 사소한 일인 경우다. <친한 사람들>에서 ‘비읍’은 ‘니은’에게 가끔 무례를 저지르지만 그것은 그들의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내내 대수로운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비읍이 또다시 무례를 저지르고 니은이 그 무례에 모욕을 느끼게 되면서 그 전까지는 별 의미 없이 묻어 두었던 과거의 무례들이 줄줄이 기억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다. 각각의 무례는 극히 사소한 것들이지만 무례가 무례로 의식되는 순간 삶은 달라진다. ‘친한 사람들’과의 추억은 재정의되고 관계의 축대는 무너진다.
방희진은 이처럼 삶을 변화시키는 일상의 중대한 사건이나 사소한 기미를 예민하고 섬세한 눈길로 포착하여 인생의 복잡한 내막과 진실을 통찰한다.
3.
방희진은 서사를 중시하는 정통 소설의 작법에 충실한 작가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수다스럽지 않다. 그의 서사는 절제되어 있으며 독자가 해석하고 상상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그는 캐릭터 창조에도 아주 능숙하다. 하지만 그는 그가 창조한 인물들을 장악하고 통제하지 않는다. 그의 인물들은 제가끔 생동하는 소설 속의 거주민들이다. 그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유하고 느끼고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작중 인물에게 그런 자유를 보장하는 건 유능하고 세련된 소설가의 자기 증명 같은 것이다.(인간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어 제맘대로 조종하는 건 모든 독재자들의 오래된 욕망이다. 미숙하고 서툰 소설가는 독재자를 흉내낸다.)
4.
방희진은 좋은 소설가다. 그가 쓸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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