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이 책의 표지를 다시 보았다. 높고 커다란 파도 아래 한없이 작은 인간의 모습. 마치 무기력하게 살았던 틸러가 퐁을 만나 겪은 격동의 일 년과도 같았다. 틸러는 파도에 떠밀려 어디까지 가게 될까? 이것만은 확실하다. 파도를 마주한 틸러는 던바에서 살았던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틸러는 위험에 처한 벨과 그녀의 아들 빅터주니어를 아무런 대가 없이 보호하고 지켰다. 불안에 지친 벨이 자살을 시도하자 틸러는 자신의 몸이 다치는 줄도 모르고 그녀를 살려냈다. 소설 초반의 틸러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런 용기와 애정은 틸러가 평범하게 살았을 때는 절대 알아채지 못했을 자신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타인과 섞이지 못하고 이방인으로서 뿌리내리지 못한 삶을 살았던 틸러가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서 사는 방법을 찾게 되는지, 이 소설은 그 여정을 종횡무진하는 모험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 소설은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할 크나큰 고통과 방황의 시간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는 걸 일깨워 주는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