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요즘 단편소설에 푹 빠져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우연인지 인연인지 요즘 읽는 책들 중에서 많은 작품이 단편소설집이더라고요. 게다가 특히 한국 소설은 저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면서 매력적인 흔적을 남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정이현 작가가 9년 만에 출간했다는 소설집도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펼쳐봤는데요. 동시대의 맥박 소리를 듣는 소설가라는 멋진 타이틀과 <노 피플 존>이라는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에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노 피플 존.. 사람이 없는 곳.. 물론 이 제목이 모든 단편소설의 주제와 연결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뭔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가장 어렵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언제나 문제의 원인이지만 매번 찾을 수밖에 없는..

매번 한둘씩 돌아가면서 자기 실패담을 발표하는 거예요. 성공담 있잖아요. 그 반대말, 실패담, 실패한 이야기.
p.26 / 실패담 크루
첫 번째 단편부터 궁금한 마음에 중간에 멈출 수가 없게 만드네요.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을 공유하는 모임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렇다고 그 실패담을 발판 삼아 성공으로 나아가자는 그런 자기 계발성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성공한 이들이 모여서 담백하게 공유를 하는.. 질문이나 충고는 없는..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독특하고 조금은 잘난 그런 모임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곳에 초대된 젊은 변호사.. 하지만 그의 실패담 발표는 중간에 중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적절한 선을 지켜달라는.. 인턴을 했던 대형 로펌, 동기들의 불편한 대화에 대한 제보, 반응하지 않은 대표, 그리고 탈락.. 과연 이것은 선을 넘은 걸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가 가진 암묵적인 그늘일까요?

노 피플 존. 나와 내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곳. 타인의 존재가 내 신경을 거스르게 하지 않는. 한나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세계는 거기에 가까웠다. 그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p.158 / 단 하나의 아이
인간과 인간.. 관계라는 연결은 언제나 복잡하고 다양하고 재미난 듯하네요. 물론 타인의 존재에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도 필요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단편집의 제목인 <노 피플 존>이라는 단어가 나온 단편에서는 조금은 이상한, 하지만 마음이 아픈 그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고요. 바로 오늘날 누군가의 모습이었기에 더욱더..
바쁜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를 케어해주는 놀이 가정교사를 시작한 주인공. 그녀의 일은 핸드폰으로 친구와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학원 숙제 정도만 챙기면 되는 꿀 알바였는데요. 집에 혼자 남아서 혼자 숙제를 하고 혼자 배달음식을 먹고 혼자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는 너무나도 자신의 하루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문자 친구는.. 그 아이의 하루는.. 그 아이의 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걱정해 보지만 바뀌는 것은 놀이 가정교사일 뿐..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 무엇이 있을지는 볼 수 없지만, 이 아이에게는 아마도..

그리고 또 다른 단편들.. 최근에 읽었던 작품들과 조금은 결이 다르더라고요. 놀라운 사건이나 반전보다는 조용하고 담담하게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비슷했지만, 정이현 작가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금 달랐답니다. 조금 더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우리가 많든 적든 마주치는 관계였고 상황이었고 삶이었던 이야기였는데, 이렇게나 물 흐르듯 담겨있다니 조금은 놀라고 말았네요. 분명 그 안에는 수많은 생각과 문제와 비틀림이 담겨있었는데 말이죠.
계절이 바뀌는 요즘, 이런 소설들은 더욱더 마음에 스며드는 듯하네요. 나와 다른 세상이 아닌, 바로 우리의 삶이기에 그런 듯합니다. 나와 너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오늘도 저녁 늦은 시간,, 그리고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지는 새벽 시간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한국 소설이었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