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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책방
  • 어른의 미래
  • 편혜영
  • 14,400원 (10%800)
  • 2025-09-12
  • : 8,830

출판사 지원도서



얼마 전에도 단편소설이 아닌 짧은 소설집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요즘은 단편보다 조금 더 짧은 소설들이 유행인 걸까요? 숏폼이 유행하고 드라마나 영화 요약 영상이 더 많이 소비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에 어마어마한 것들이 담겨있어서 너무 깜짝 놀랐는데요. 차근차근 쌓아 올리면서, 기나긴 서사를 만들면서, 오르락내리락 독자들을 흔드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깊숙하게 한 번에 들어오는 이야기가 너무 신선하면서도 재미나더라고요. 그래서 편혜영 작가의 짧은 소설이라는 책 한 권은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게다가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사랑받아온 작가의 신간소설이기에 말이죠.



#냉장고

첫 번째로 만날 수 있는 단편 소설은 냉장고라는 제목이었는데요. 20 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이야기에는.. 아니 그 마지막 문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서늘함과 긴장감은 정말 최고네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야구부 친구인 정일우와 김우진인데요. 그리고, 야구부 지도 선생인 최도영과 무진이 할아버지인 김동현까지.. 4명이 전부인 이야기에서 이들의 관계, 그리고 이들이 처한 상황이 소설의 내용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직접 언급하지 않는 사건 하나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섬뜩함을 남기네요. 냉장고.. 무진이가 오래된 냉장고를 비워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선생님 최도영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탄원서를 받으러 왔다가 냉장고를 열어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네요. 


#어른의호의

주인공은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자를 알고 보니 아들을 괴롭히고 때렸던 가해자 학생의 부모였다네요. 조용히 그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실수,, 아니 그의 잘못을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죠. 주차 위반이나 신호 위반 같은 사소한 것들부터.. 하지만, 진짜 섬뜩한 부분은 다른 것이었군요. 어른의 호의라는 핑계로 가해자 아이들을 차별해서 처벌 수위를 정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기준은 가해 참여 정도였다고 하지만, 왜 부모들의 옷차림과 태도와 연결되는 걸까요? 


#깊고깊은구멍

우산을 고치고 신발을 수선하는 조그마한 구두 수선점이 배경입니다. 이곳에서는 금이빨도 매입한다고 하는데요. 치료 목적으로 제거한 금니.. 얼마나 많이 있을까 싶었지만 은근 팔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느 날 나타난 소독약 냄새가 심하게 풍기는 남자는 한 움큼을 가져오는데요. 이빨 뿌리가 달려있는 것도.. 몇몇은 분홍 살점까지.. 섬뜩하지만 누런 금니들은 매혹적이었는데요. 과연 그 금니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치과에서..? 아니면.. 금니를 한 구두 수선점 주인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남자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11편의 단편소설들.. 아니, 짧은 소설들은 이렇게 우리의 삶 가운데서 벌어지는 수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요. 세상을 뒤흔들 사이코의 등장도 아니고, 섬뜩한 살인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냥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 마주하고 있을 듯한 이야기,,,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옆에서 벌어지고 있을 이야기,,, 또는 어느 순간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일상 서스펜스.. 이제부터 이 단어의 매력에 푹 빠질 듯하네요. 아니, 이번 단편소설을 읽고 편혜영 작가에게 반해버린 듯합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서늘하고 섬뜩하게 만들어버리다니.. 마무리 결말은 보여주지도 않으면서도 충분히 이야기의 끝을 떠올리게 만드는 단편 하나하나가 너무 놀랍네요. 지루할 틈이 없고, 다른 생각할 틈도 없고, 미리 앞서나갈 필요도 없는 이야기들이었거든요. 오늘.. 당신의 삶에도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지도 모르거든요. 물론 저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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