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적은 리뷰입니다.

문득 나는 깨달았다. 유독 노인들에게 시선이 머무는 마음, 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앞에서 속절없이 약해지고 환해지는 마음은 오랜 시간 동안 길러진, 나의 고유한 감수성이었다.
p.10
그녀의 이전 작품에도 자주 등장했던 이야기, 자신의 삶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존재인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들과 함께 보낸 시절 때문인지 노년 세대를 친숙하게 느끼고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데요. 그런 그녀에 편집장이 짧게 건넨 한마디,,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시면 어때요? 가 시작이었던 에세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노인 이야기란 무엇일까?”에서 막혀버렸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바꿔본 질문이 바로 “왜 노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였다고 하더라고요.
왜일까요? 아직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호기심, 삶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의 경이로움, 그들이 살아온 삶과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결국 나의 노년은 어떠할까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하는데요. 국민연금이나 무료 지하철 이용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중심이 아닌,, 불안하고 우울한 노년의 현실이 아닌,,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직접 만나서 듣고 경험하고 느끼면서 인간적인 우정을 쌓은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하네요. 기꺼이 곁을 내어주고 마음을 주고받은.. 조금은 낯설 수도 있지만 분명 따스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답니다.

사나운 사주라는 이야기와 젊은 시절 고난을 이겨내고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마흔에 검도를 시작한 권순자 선생님. 모두의 생각과 다르게 30년을 꾸준히 수련해서 마침내 국내 여성 최고령 검도 6단을 획득하셨다는데요. 합격 결정을 받고 보호구를 벗는 순간 모든 이들이 발견한 노년의 그녀가 받은 충만감은 문장으로 만난 저에게도 감동이더라고요.
노인 일자리 사업 짝꿍으로 만나 옥순과 홍자님은 혼자 지내는 데 어려운 어르신을 찾아 돌보는 일을 하셨다는데요. 같으면서도 달랐던 그녀들은 서로를 언니 동생이라 부르면서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노인이 노인을 더 잘 알기에.. 하지만 일이 아닌 마음으로 만나는 분들에게 아낌없이 주고받았다고 하는데요. 이게 사람 사는 재미라며 깔깔거리는 그들의 늦은 우정이 부럽더라고요.
일흔여섯의 정열님은 가수 장민호에게 푹 빠져계신다고 하네요. 팬카페에 공지된 스케줄을 따라 전국을 돌면서 그를 응원했다고 하시는데요. 매일 한 움큼의 우울증 약에 의지했던 그녀였는데, 공연 후에 인사를 나누던 장민호의 한마디.. 그리고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 이제 더 이상 약이 필요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 많은 노인분들의 감동적인, 마음이 아픈, 조금은 놀라운, 한없이 존경스러운, 너무나도 따스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노인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게 만들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해주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었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네요.

닮고 싶은 노인, 닿고 싶은 노년의 이야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마치 씨앗을 심듯,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마음속에 하나씩 담아두는 일. 그게 내가 나이 듦을 덜 두려워하는 방법이었다.
p.225
나이 듦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분명 없을 겁니다. 사회 활동에서 밀려나고, 경제적인 문제도 생길 테고, 신체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점점 좁아지는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는.. 모든 것이 위축되는 시간일 테니까요. 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시간으로 준비한다면 어떨까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이들처럼 말이죠. 김달님 작가의 생각처럼 그들의 삶과 그들의 마음과 그들의 오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조금 안심을 하게 해주네요. 나의 노년에 대해.. 우리의 나이 듦에 대해서 말이죠.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웰빙과 웰다잉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나이 듦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젊은 시절과는 분명히 다를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겠지만, 이번 에세이를 통해 나만의 답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을 듯하네요. 첫 문장의 단어 하나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답을 시작하기 위해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선선해지는 가을날에 에세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