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하지만 이제 때가 된 것 같구나. 이 기계를 세상에 내놓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 프린터는 다른 모든 사건들을 엮어 내는 바큇살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거야.
p.35
점점 사회는 날카로워집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도망이 아닌 전쟁을 시작합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말이죠. 하지만, 세상은 그런 10대들, 도망자들, 범법자들로 인해 더욱더 몰아붙이기 시작하는데요. 새로운 법안들이 상정됩니다. 현금을 받기 위한 자발적 언와인드, 범죄자의 뇌만 버리고 나머지 부분은 언와인드, 청소년전담국이 부모의 동의 없이 10대 범법자를 체포하고 결정해버리는 언와인드.. 이 모든 것들이 허락되는 새로운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네요.
그리고, 이보다 한발 앞선 이들도 있었는데요. 생체 지표 추적기를 이용하여 숨어있는 10대들의 색출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하비스트를 만들어서 거대한 지하 시장을 형성하기도 하고, 언와인드된 신체 조각들을 연결해서 탄생한 존재를 전쟁의 소모품으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생명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술이고, 누구를 위한 행복이고, 누구를 위한 법인 걸까요?

언와인드가 가능하게 만든 기술을 개발했던 노벨상 수상자 젠슨 라인실드의 또 다른 기술이 드디어 먼지 쌓인 창고에서 빛을 보려나 봅니다. 살아있는 누군가의 신체도, 누군가의 배신과 아픔과 슬픔과 죄책감이 담긴 장기가 아닌.. 줄기세포로 만드는 3D 프린팅 기술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아니,, 이것만 있으면 10대 청소년들이 언와인드될 이유가 없었고, 잔인하고 잔혹한 일들이 필요 없었고, 모든 이들이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좋은 기술은 왜 여기에 숨겨져있었던 걸까요? 젠슨 라인실드는 어째서 역사 속에서 존재 자체가 삭제되어 버린 걸까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공개해야겠죠? 다행히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된 프린터는 잘 보관되어 있었으니까요. 다만,, 누군가의 실수로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부서지긴 했지만 말이죠. 이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설의 마무리는 어마어마하게 거창하지 않네요. 부모가 언와인드 서명을 했다는 것을 알고 도망치다 경찰에게 진정탄을 쏘면서 유명해진 코너, 명예로운 언와인드를 하는 십일조였지만 코너에게 인질로 잡혔던 레브, 이들의 사건으로 혼란스러워진 현장을 탈출한 리사, 다양한 이들의 신체와 장기 조각들로 만들어진 최초의 리와인더 인간 캠, 코너가 보살피고 이끌던 아이들이 거주했던 무덤에서 함께했던 헤이든, 그리고 우연처럼 인연처럼 이들과 만났고 도망치고 아파하고 응원했던 많은 이들..
이들 모두의 작은 노력들.. 아니 세상을 향한 목소리와 변화를 위한 용기가 모이고 모이면서 멋진 결말을 만들어버렸네요. 각각의 숫자는 단순히 처리해야만 하는 존재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숫자들은 더해지고 곱해지면서 어마어마해질 수 있기에 말이죠. 새로운 세상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은 많지만, 이들이 있기에,, 아니 이들이 함께 있기에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무려 4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었지만 매력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서 금방 완독해버렸네요. 흥미로운 주제와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들과 멋진 결말까지.. 오랜만에 재미나게 읽은 sf 소설책이었답니다. 기나긴 여름에 읽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