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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reve님의 서재
  • 당신으로 충분하다
  • 정혜신
  • 14,220원 (10%790)
  • 2013-06-10
  • : 3,597

'당혹스러웠다!'

무심코 펼쳤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이미 상담자들에게 공감할 만반의 마음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한창 진행되던 사람들 이야기 속에서 갑작스레 나열되기 시작하는 파란 글씨들은, 내 마음을 그리고 나 자신을 무척이나 불편하게 했다.

책 속의 그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나를 관찰하는 또 다른 자아를 자꾸만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탓이다.

저자가 말하는 "감정이입 용도의 현미경"과 "나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망원경" 중 나는 망원경 기능에 훨씬 익숙해져 있었던 듯해 뒷맛이 씁쓸하기도 하다.

 

'자꾸만 비집고 들어오던 거부감은 어느 틈에 의구심으로 뒤바뀐다.'

첫 페이지에서 편집부가 소개한 대로 "가장 평균적인 모습을 보인 30대 여성 4명"에게 나는 무방비상태였다.

아무런 부담감도 어색함도 없이 마주했던 사람들인데, 이들의 가정사를 들으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이 살아온 모습이 정말 일반적인가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유년기, 청소년기가 어떠했는지와 무관하게 우리 모두 이들과 비슷한 고민, 외로움, 두려움,사랑에 대한 갈구를 안고 살아간다는 생각에 일말의 의구심이 생긴다.

순탄한 가정환경이나 부모와의 우호적인 관계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지극히 상대적일수밖에 없다는 의구심.

그런 생각에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면서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나만 유별난 것도, 나만 뽀족한 것도, 나만 유약한 것도 아니라는 안심...

 

'노력하지 않는 것이 꼭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에 안도감이 든다'

싫은 내색하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되도록 맞추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내키지 않아도 내가 참고 견디면 된다는 마음으로...

그러면서 상대방 말 속에 담긴 마음, 그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알아채기 위해 촉각을 세웠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고 싶었다. 실은 자신이 그런 사람을 애타게 바라고 있으면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타인에게 그런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듯하다.

공감받고 싶은 이들에게 공감받지 못했다는 상처 자체를 회피하기 위해 지레 "감정블락"을 쌓아왔던 셈이다. 

자신은 스스로 분석하고 정리하고 판단한 모습만을 보여주면서 나는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곤 그런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에 스스로 지쳐버렸던 것 같다. 때로 자신도 모르게 폭발적으로 감정을 배출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런 자신을 이제 상대방에게 공감받길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해인'처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남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은 진정으로 나를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가 깨닫는다. 

불편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자신조차 제대로 공감해주지 못한 채 분석하고 판단해서 정리했던 나는 '지혜'와 다른 듯 닮았다.

그렇게 타인과의 심리적 소통을  차단해버린 채 이해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떨쳐내기 위해 '미수'처럼 "감정블락"을 쌓아왔다.

결국에는 '극단적으로 나가 없'거나 '극단적으로 나만 있'는 자폐적인 '미란' 역시 내 모습 중 하나였다.

우리는 이렇게 다른 듯 조금씩 닮아있나보다.

모두가 이렇게 조금씩 서투른 것일텐데, 꼭 무언가를 해야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순간순간마다 내 마음에 불쑥 떠오르는 얘기"

책을 덮는 순간까지 가장 가슴에 남는 말이다.

불시에 나를 덮치는 무의식 같은 생각과 느낌이 집착이나 강박이 아닐까란 두려움이 있었다.

그렇게 떠오르는 얘기 모두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말이 커다란 격려가 된다. 

이제는 마음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에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귀기울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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