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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reve님의 서재
  •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 후지와라 신야
  • 11,700원 (10%650)
  • 2011-05-30
  • : 1,105

돌아보면 그 곳에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책 참 좋다. 그래서 지금 내 수중에 없다. 집에 놀러 온 누군가에게 바로 줘 버렸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책은 정작 내가 갖고 있지 않다. 사람들에게 주고 다시 소장용으로 사고 또 주고 그런 식이다. 한 동안 이 책이 내게 그런 책이 될 듯하다.

이 책엔 술술 잘 읽히지만 쉽게 쓰여질 수 없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글들 중 어느 한 편 빠지는 글이 없다. 이런 내공이 궁금하여 찾아보니 역시나, 저자가 44년생 나이 지긋하신 분이었다. 스물 다섯 살 때 <인도방랑>이라는 여행서를 써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후지와라 신야의 다른 책들이 매우 궁금해졌다. 다른 책들도 꼭 읽어 봐야겠다.

이 글들을 뭐라고 해야 할까..슬픈 것도 기쁜 것도 아닌 슬프면서 기쁘기도 한 그런 내용이라고나 할까. 약간 가슴이 아프기도 하며 그런데 우울하지는 않고 힘이 나고 그렇다. 햇빛이 비치는데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따뜻한 느낌이라고 말하면 비슷할 것도 같다. 예를 들자면, 피천득 선생이나 나쓰메 소세키 선생의 수필 느낌에 가깝다. 이 글들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일본적인) 진중함과 정갈함이 배어 있다.

나도 예전엔 나름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예전처럼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도 없어졌다. 다른 데 신경 쓸 겨를도 없고 그냥 벌여놓은 일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만 급급하다. 지친 것이다. 그래서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엔 실용서나 사회현상을 가볍게 분석한 그런 책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소설이나 수필은 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었다. 철학책은 어렵지만 뭔가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켜 주고 그런.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그 동안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살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필도 소설도 다시 읽어야지 싶다. 육십이 넘은 저자는 나이가 들어도 이처럼 세상과 사람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데, 그리고 거기서 이런 은은하게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해 내는데, 그보다 훨씬 젊은 나는 너무 늙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내가 지나쳐 버린 사람들과 순간들. 그것들에서 나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나는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할까봐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가지지 못한 것들이 헤어진 사람들이 나를 옭아매지나 않을까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내게 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힘을 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럴 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그 곳에 어떤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어른이 되기만 고대하다가 정작 어른이 되니 책임만 많고(허리가 휘어지도록) 아무것도 없더라 하고 근근이(?) 살아가던 내게 이 책이 왔다. 고요하지만 내겐 매우 선동적인 책이다. 바쁘다고 끊었던 블로그도 다시 시작하고 사진기 매고 어디라도 갔다 오라고 충동질한다. 요번 토요일엔 지쳐서 누워 있지만 말고 느끼는 일에 힘 좀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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