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이나 아이가 나오는 영화를(아니 그 의도를) 싫어한다. 귀여움과 연민으로 들이대 항복시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달랐다. 아마도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가 절대 신파가 아니어야 한다고 내내 다짐했음이 분명하다. 아빠는 태어나 한 번도 방긋 웃어 본 적이 없는 아이가 보이는 희망의 조짐들과 그것에 공명하여 발생하는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심지어는 전혀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멍 때리기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며 기뻐한다. 유유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지만, 그런 소소한 행복들로 삶이 이루어짐을 알려준다. 마리우스 세라 식으로 말하자면, 유유는 ‘가만히 (삶을) 사랑하는 법 알려주는 챔피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읽는 내내 목구멍으로 무언가가 넘어올까 말까 하다가 다시 마음이 따뜻해지다가 그랬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읽는 도중 뒤로 넘어질 만큼 웃은 적도 있었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