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무렵, 나는 교양 있는 부모님(우습게도 유명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생각했다)을 둔 친구를 부러워한 적이 있는데, 한참 지나서 그 친구가 모두 S대를 나온 가족 내에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는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우리 집은 그닥 이상적인 가족이라 할 수 없다. 최근에는 가족 전체에게 꽤 힘든 일이 있었다. 그걸 함께 겪어내면서 나는 ‘우리 엄마’가 내가 생각하던 ‘그냥 아줌마’가 아니란 걸, 나 역시 그렇게 약하기만 한 딸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좀 더 엄마를 여자로서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행복하기만 한 시절에는 몰랐던 부분들, 아픔들이 나를 훌쩍 크게 만들었을까.... 그때 나는 가족은 그렇게 서로의 곁에서, 밖에서 지친 몸을 다독거려주는 곳이란 걸 알았다. 진흙에서 구르고 흙 묻은 발로 들어와도 괜찮은 곳, 아니 서로의 더러운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지만 그걸 허용해주는 유일한 곳...
나는 사실 작가 공지영의 에세이는 즐겨 읽었지만 소설가로서는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너무 쉽게 쓴다고 지레 판단을 내려버렸던 것 같다. 그런데 내게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준 이 소설이 그런 선입견을 바꾸어놓고 있다. 상처가 많은 사람, 하지만 그걸 용기 있게 툴툴 털어내고 앞으로 나갈 줄 아는 사람, 이 책을 통해 나는 공지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주인공 위녕과 엄마는 서로의 차이와 부족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해간다. 그런 엄마와 딸의 모습은 사실 그 어릴 적 내가 꿈꾸어왔던 모습이었다. 자신의 교양으로 자식을 짓누르는 부모가 아닌, 자식에게 세상을 이해할, 그리고 자신을 이해할 시간과 여유를 가르치는 부모의 모습 말이다.
지금 나는 이상적이진 않지만, ‘여러 모습을 지닌’ 나의 엄마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그런 나를 조금씩 알리고 있는 중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싶은 세상의 엄마와 딸들을 위한 책, 그게 <즐거운 나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