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가위 감독, My Blueberry Nights, 2007, 94분
엘리자베스 (노라 존스)/ 제레미 (주드 로)/ 레슬리 (나탈리 포트먼)/ 수린 (레이첼 와이즈)/ 어니 (데이빗 스트라탄)

실연당하고 제레미의 식당을 찾은 엘리자베스.
제레미는 그녀의 얘기를 들어주고, 자신이 보고 들었던 이별 스토리들을 얘기해주고 팔리지 않고 남은 블루베리파이까지 준다(아님 판건가?). 코피터진 채 울다가 블루베리파이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입술에 묻힌 채 바에 엎어져 잠이 든 엘레자베스에게 키스하는 제레미. 몰래 미소지으며 키스의 감촉을 음미하던 엘리자베스는 문득 떠난다.

그리고 그녀의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리는 제레미.
자동차를 사겠다고 알바를 하는 베스는 가끔 제레미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을 잊지 말고 기다려라는 거지. 그리고 자신은 두 사건을 겪으며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숙한다. 하나는 모두 사랑과 구속을 구분하지 못해 소중한 사람이 죽은 뒤에야 후회하는 주린의 이야기. 하나는 레슬리와의 짧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똑바로 보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 로드무비의 전형적인 기능이랄까. 돌아온 베스와 기다린 제레미와 정리된 주변 상황과 진한 키스. 뭐 그렇고 그런 사랑 얘기.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란 상처를 위로받던 시간이라고나 할까. 아님 마음을 추스리던 시간, 혹은 상처 위에 새살이 돋듯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려하던 시간 정도로 해석된다.
평론가들의 불만섞인 20자평이 인상적이었다.
-그 감성 어디 가랴만 이젠 연륜을 보고 싶다...... 박평식
-왕가위의 영어 숙제...... 이동진
헐리웃에 가면 다들 이렇게 '더' 낭만적이고 순해지는 건가...
여전히 디테일은 빠진 감성의 극치, 순정 만화 주인공 같은 표정...
특히나 이 영화는 네온사인을 떠올리게 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식상하고 상투적이고 퇴폐적이기까지 하지만
어느정도 멀리서 보면, 더불어 비까지 내리는 날엔 더 없이 예쁘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네온사인 말이다.
첫 키스신을 잡은 각도와 표현법이 특이했던 것 빼고는 별로 인상적인 미장센은 없었지만,
순정만화 일러스트 같은 컷은 많았다.

"죽은 뒤 남는 건 내가 남들에게 새겨준 기억 뿐이다."
"남과 견주어 보며 조금씩 자신을 회복한다."
"길을 건너는 건 그리 어려울 게 없었다. 건너편에서 누가 기다려주느냐에 달렸을 뿐"
내레이션이 갈수록 싫지만, 이 영화의 요점은 모두 내레이션이다.
그렇게 주제를 주인공의 직접화법으로 전달하는 것도 정말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