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할로 나뉜 쨍한 색감이 눈길을 확 사로 잡았던 책이다.
이 책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온라인 서점으로 다른 소설책을 구매하고 나서 우연히 샘플북을 받아봤던 것을 계기로
그 자리에서 단숨에 100페이지 가량을 읽었고, 이어서 1권과 2권을 한꺼번에 구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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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홈페이지(www.bonniegarmus.com)를 찾아보니 원서 표지가 같은 듯 하다.
이 매력적인 디자인을 국내 버전으로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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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듯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총 2권. 분량이 꽤 되는 편인데 책장이 쉽게 넘어갔다.
미국과 영국에서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작가 '보니 가머스'의 문체는 매력적이었다.
때문에 당차고 용기 있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트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화학자로서 화학 연구에 매진한 엘리자베스 조트.
그러나 1950년대, 진취적인 여성을 곱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불편한, 시기하는 시선만이 늘 그녀를 뒤따랐다.
매우 영리하고 능력 있는 그녀를 사회는 못마땅해할 뿐.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엘리자베스.. 정말 멋있었다.) 그저 ‘여자’로서의 역할만 강조할 뿐이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구의 이름 뒤에 숨어 살 수 없었던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캘빈을 만나 결혼 없는 동거를 시작했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남자는 죽고 비혼모가 된다.
그러나 연속된 시련에도 그녀는 주저앉지 않는다.
임신을 이유로 연구소에서 해고된 후 그녀는 집 부엌을 개조해 실험실을 만들고 연구를 해나간다.
"매일 저녁 6시,
우리는 요리나 화학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배워요."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요리 ‘6시 저녁 식사’ 프로그램 사회자로 발탁되면서
또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준다.
요리야말로 창조적인 일이며 수준 높은 화학 실험 그 자체라고.
우리는 언제나 화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본인 스스로 증명해나간다.
"화학의 기본은 변화잖습니까. 변화는 당신의 신념 체계의 바탕을 이루고요.
변화는 좋은 겁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죠.
우리는 현 상태를 받아들이길 거부하거나 두려워하곤 하죠.
엘리자베스, 사건사고는 항상 생깁니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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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비장한 이야기라고?
아니,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위로를 얻은 기분이었다.
최근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분노하고 낙담하던 나였다.
실패감, 좌절감 같은 그런 감정이 한 번에 몰려왔달까.
나는 이 복잡한 문제 앞에서 쉽게 해결책을 찾지 않기로 했다.
원래처럼 꿋꿋하게 하나하나씩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 모두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련의 사고들 앞에 무너지지 않고,
언제나 늘 이 너머의 삶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나는 다른 이들의 생각, 편견으로 절대 정의될 수 없는 사람이다.
오직 그런 나로 살아가기 위해
저 먼 오르막길을 오르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또한, 오늘의 나도 그런 당차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크고 견고한 바위와 같이 한 자리를 온전히 지켜내는 인생을 살아내리라 고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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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 보니 가머스가 60대가 되어 발표한 소설이다.
작가 인생의 정수가 작품 전반에 묻어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단함? 내지는 견고함을 텍스트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책이다.
브리 라슨 주연으로 드라마화도 예정되어 있다니, 무척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파친코> 때문에 애플tv 구독했는데, 해지하면 안될 듯.)
아무쪼록 이 무더운 한 여름밤, 뜻밖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내 말은,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는 거야.”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힘내자. 내일은 달라질 거야.”
(캘빈의 말이 매우 이상적인데, 또 매우 현실적이어서 메모한 문장.)
으로 마무리한다. 오늘의 독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