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님의 서재
  •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 김정아
  • 25,200원 (10%1,400)
  • 2026-05-08
  • : 14,365

굉장히 독특한 설정이다.


 번역가의 '수필'.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그런 친숙해지는 '번역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번역가의 소개라면 책 안쪽 날개에 짧게 들어가 있거나 '소설'의 시작과 마무리에 간략하게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적게는 한장, 길게는 몇장.

 하지만 한 문장을 몇번을 곱씹으며 고민했을 번역가의 생각을 들어 보는 건, 해당 작가의 생각만큼이나 중요하다.

 예전 유학시절, 재미삼아 짧은 소설 번역을 시도해 본 적 있다. 물론 굉장히 짧았고 혼자 보기 위해서 취미삼아 시작했던 행동이었는데 완료하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다.


 생각치 못한 변수는 항상 실제 그 루투를 천천히 발로 밟아보면서 겪을 때만 얻을 수 있다. 자신있게 영어 좀 하면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바와 달리 번역이라는 것은 '외국어 능력' 밖의 복합적인 능력이 필수적인 분야였다.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문장에서 큰 따움표로 시작한 대화는 누구의 말이었는지, 한국어와 다르게 영어에서는 대화 이후에 기록된다. 그래서 한참을 읽고 나서야, '아, 이 말을 한 사람이, 저 사람이었구나'하고 깨닫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그 순간부터다. 한국어의 특징상, 반드시 필요한 '존댓말'과 '호칭'의 문제 그밖에 원어로는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지나치게 늘어지는 서구식 '만연체 방식 서술'도 번역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보면 단순한 언어 유희가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도무지 한국어로 표현할 수 없는 구간도 존재한다.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는 김정아 번역가의 수필이다. 다양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그녀가 가졌던 수많은 생각과 고민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사실상 번역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아무리 완벽하게 진행하더라도 '작가'의 생각을 '번역가'의 필터에 의해 걸러져 들어온다.

 '수동적인 변환'이 아니라 독자와 작가, 독자의 언어와 작가의 언어, 독자의 문화와 작가의 문화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포함해 상당한 이해도가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다.


 이런 작업에서 '번역가'의 철학과 능력, 고민은 독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책 좋아 한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떠들고 다녔지만 개인적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책은 아직 많이 보지는 못했다. 벌써 이름부터 무시무시하다 느껴지는 장벽이 어쩌면 내면에 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그러나 실제로 몇권을 읽었을 때, 생각보다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심리적 장벽이 아예 책을 멀리 만들게 된다면, 그 낮은 접근성으로 다수에게 외면당한다면, 과연 그 책은 좋은 책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김정아' 작가의 글에는 '도스토옙스키'의 글을 번역해 가면서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전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발생한다. 생각만큼 무시무시하지 않고, 생각만큼 충만한 호기심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소개한 작품 만큼은 꼭 챙겨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든다.


 책은 중후한 겉표지에 비해 하늘하늘 가볍고 읽기 쉽다. 심지어 재미있다. 수필에 소개되는 다양한 도스토옙스키의 글을 보니, 막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줄거리나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궁금해 보지 않았던 과거가 후회될 정도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많은 독자와 예비 독자들에게 이 책은 꽤 의미 있는 여러 시도와 인사이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