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이라던지, '음악', '지능'이라는 것.
인간을 '인간'답게 분류할 수 있는 그 고유한 기능들은 과연 인간에게 '신'이 어느 날 갑자기 선물한 재능이었을까.
'호모 사피엔스'가 허리를 펴고 두 발 걷기를 시작하면서, 다른 영장류에 비해 더 가늘고 짧은 '털'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더 오래, 길게 걸을 수 있게 됐다. 털복숭이 다른 포식자들에 비해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근육은 없지만 강인한 체력을 기반으로 우리는 더 오래 걷고 오래 뛸 수 있게 됐다.
이 '지구력'이라는 장점은 '지능'보다 먼저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이었다. 땀배출이 용이해지면서 인간의 사냥법은 '도구'가 아니라 '체력'이 우선시 됐다. 이어 단백질 공급이 용이해지며 지능은 조금더 크게 발달됐고 이 지능으로 인한 '도구 이용'이 가능하게 됐다.
우리는 동물을 쫒기 위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소리를 질러댔고 피식자들은 인간 무리를 피해 빠르게 도망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고서 체력소진으로 최후을 맞이 하게 된다. 연약한 피부를 밖으로 노출하고 있던 인간이 다른 인간과 협동하며 무리를 지어 다니고 걷고 뛰기 위해 우리는 '심박동'에 맞는 '발걸음'을 가졌다.
오른발 왼발이 심장 박동에 맞게 땅을 딛고 떼면서, 우리는 자연히 '리듬'을 얻게 됐다. 더 빠른 리듬은 더 빠른 발걸음을 만들고, 더 빠른 발걸음은 더 빠른 심박동을 만들어 냈다.

어느날 갑자기 '진화'와 상관없이 고귀하게 신에게서 선물 받았을 법한 '음악'이라는 재능은 그렇게 수십만년 진화의 산물 중 하나다.
우리 인간이 두발로 걷고 서기 시작하면서 '시야'는 몹시 넓어졌다. 인간의 또다른 재능이 발견되는 순간이다. 인간의 높아진 시선은 '포식자'로부터 경계와 '피식자'를 발견하는 두 가지의 장점을 갖게 했다.
넓게 펼쳐진 시야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 이유는 오래된 진화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된 우리의 재능이다.
1980년대 환경 심리학자인 카플랜 부부가 제시한 '주의회복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집중력은 배터리처럼 소모된다. 다만 자연환경이 그 집중력을 회복시킨다.
넓은 초원과 수평선, 멀리까지 보이는 자연 경관은 인간에게 단순한 '심미적 아름다움'의 존재를 위한 존재가 아니다. 이는 오랜 시간 생존과 연결된 감각에 가깝다. 먼 곳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포식자를 먼저 발견하고 먹잇감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이 닫힌 공간보다 열린공간에서 안정감을 갖도록 진화한 이유다.
인간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걷기'와 '달리기'라는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심장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사슴을 쫒던 선조들의 심장이다. 우리 현대인이 소비하는 '당', 끊임없이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 타인과 연결되어 있을 때 느끼는 소속감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결과물에는 '걷기'가 있었다.
어쩌면 인간 문명의 대부분은 단순한 '직립'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졌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불과 그림, 도구를 만들고 문자를 발명했다. 곧은 허리는 하늘을 올려다 보기 좋은 시야각을 만들었다. 이로써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더 추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구름과 별의 모양을 보고 날씨와 계절을, 그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로써 우리는 '신'이라는 '존재'를 떠올렸다. 종교와 철학, 과학 역시 걷고 뛰는 과정에서 발생된 진화의 부산물이다.
인간은 이상하게 걷는 동안 생각이 깊어진다. 실제로 칸트, 니체, 아인슈타인 모두가 규칙적으로 걷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뇌는 본래 의자 위에 장시간 고정된 채 형광등 아래에서 모니터만 응시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일정한 리듬으로 몸을 움직이며 주변을 천천히 살피는 과정 속에서 더 안정적인 사고의 확장이 일어난다.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걷는 동안 인간의 시선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주변 풍경을 스캔한다. 좌우 균형을 잡기 위해 소뇌와 전정기관이 작동한다. 일정한 박자의 움직임은 심박과 호흡을 안정시키고 인간의 사고를 지나치게 한 곳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한다.
이동하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주변환경을 만들고 더 많은 피식자의 발견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포식자로부터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정감도 줬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얼마만큼이나 걷고 뛰는가.
현대인들의 많은 정신적 문제 역시 단순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진화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생활 습관의 반복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근현대 인간의 역사는 고작해야야 수백년 밖에 되지 않는다. 사피엔스 탄생 30만년의 역사에서 우리를 만들어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진 일상은 얼마나 진화에서 역행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