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형 인간이라 고집스럽게도 '직감'만 믿고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겨우 익숙한 장소를 여행하거나 새로운 전자기기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지도나 사용설명서 따위는 '약자'를 위한 보조용품이라 쓸데없는 허영심을 부리며 가야 하거나, 해야 할 일은 돌아간 기억이 있다. 이는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괜한 고집을 부려 어차피 달성할 문제를 돌아가는 일 말이다.
한창 '스타크래프트'가 유행을 할 때, '빌드오더'라는 것이 존재했다. 이는 종족별 가장 효율적으로 건물을 짓는 순서를 말하는데, 가령 적정 인구수에 맞게 '건물'을 지어 올리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 그 '빌드오더'를 무시했었다.
그결과, 당연히 게임 승률이 높을리가 없었고 얼마 뒤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전국적으로 유행을 하던 시기에도 '그 게임'을 그닥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 집단지성을 무시한 독선과 아집은 결국 '게임' 자체의 흥미를 잃게 했다. 마치 '승패'를 벗어나면 '패배'는 하지 않는다는 자기합리화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삶은 단순히 그렇게 '회피'의 방법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다. 비록 '게임'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함으로써 '게임' 내에서의 '패배'는 피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살아내야 했던 세계에서는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게임들이 존재했고 또 거기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특수성도 있었다.
'유학', '사업', '강의', '농사', '집필' 등 다양한 경험에서 인류 최초로 내가 처음 해보는 일은 많지 않다. '닐 암스트롱'과 같이 인류의 위대한 첫걸음을 달 표면 위에 찍고 있다는 오만이 아니라면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은 당대 최고의 지략가와 집단 지성에 의해 이미 '빌드오더', 즉 최적화 된 해결책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무언가를 처음하던 시기, 그것을 기대어 물어 볼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기껏해봐야 '어떤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질문하고 대답을 기대하는 정도의 수준이랄까. 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비슷한 많은 경우가 이미 '고전 병법서'에 기록되어 있다.
전쟁은 모든 변수가 극단적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거기에는 단순히 '진로'나 '먹고 사는 생계 수준'의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 거기에는 생존, 집단의 자원, 사회 체제 유지' 등의 문제 거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고민하고 성공과 실패를 했던 기록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과거의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지성'이 쌓아 올린 승리 사용설명서'를 외면한 채, 자신의 직감만을 믿으며 전쟁이 투입된다. 그렇다면 이미 존재한느 '빌드오더'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자신만의 직감을 신뢰하며 인류사 전반의 지성을 무시하고 새롭게 시작된 40년짜리 1인칭 주관적 데이터를 신뢰할 것인가.
완전한 창의성이라는 착각에 빠져 검증된 구조를 외면하는 것은 인생을 건 도박과 같다. 과거 고장 난 줄 알았던 전자기기를 앞에두고 '패배한 듯' 사용설명서를 꺼내며 '아, 진작 볼 걸'하는 후회를 하거나 '앱'이나 '지도'를 꺼내들고 '아, 진작 확인할 걸'하는 후회를 해 봤다고 한다면 그것은 '승패'와 관련없는 '승패'에 연연하는 것이다.
결국 책이 말하는 바는 이렇다. 전쟁에서든, 삶에서든, 승리는 새로운 방법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미 검증된 선택을 얼마나 정확하게 실행하느냐에서 나온다.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적인 세계에서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병법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기 이전에 자신의 오류를 줄이고 불필요한 손실을 없애는 방법을 기록한 글이다.
결국 싸움은 외부에 있지 않다. 항상 내부에 있으며, 모두가 아집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아집을 버리는 순간, 이미 절반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