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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터널 메모리 : 기억을 캐는 의사들
  • 박민
  • 12,420원 (10%690)
  • 2025-03-04
  • : 120

소설의 배경은 이렇다.

서기 2030년, 뇌파를 '시각'과 '청각' 정보로 바꾸어, 과거의 기억을 볼 수 있도록 재현해주는 '기술'이 발달한 시대다.

이 기술을 BVS(Brain Visualization System, 뇌 시각화 시스템)이라고 한다.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먼 미래로 시대를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2030년이라는면 아이폰 시리즈의 숫자가 높아지고 카메라 화질이 어쨌다저쨌다하는 정도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미래다.

일상이 크게 변하지 않은 어느 미래에 미래기술이 병원에 도입되면 어찌 되겠는가. 소설은 기술 도입 이후 발생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소설의 무대는 '시온대학병원', '신경외과 전공의'들의 시선에서 미래 기술이 사용되는 과정에 여러 사건이 모여 있다.


SF처럼 보이면서 추리소설의 성격을 띈다. 분량이 많지 않고 문체가 가벼워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의식없는 환자의 생사를 두고 의료진들이 인간으로써 하게되는 '도의적이고 윤리적'인 고민부터 '치료'에 어떻게 영양을 주는가. 그런 부분이 꽤 흥미롭게 보여진다.

BVS가 없는 시대에 '생명'에는 '가치'를 매길 수 없었다. 그 사람의 과거가 어찌됐건, 상황이 어쨌건과 상관없이 '생명'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우선시됐다. 가만 환자의 과거를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살릴 가치가 없는 사람', '사는게 더 고통인 사람'을 비롯해 의료진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생명의 가치'가 발생한다.

여기서 '삶'에 대한 '결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이 '시청각 자료'를 보는 '제3자'들이 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 중반에 '이주찬 선생'이 나온다. 학생들보다 저 자신이 살고자 했던 이기적인 선생으로 그려졌다. 다만 추후 BVS를 통해 전후 사실 관계를 다시 보며 내용이 반전된다.

우리는 얼마나 단편적인 내용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가. 실제로 어떤 사건은 여지 없는 진실처럼 보이는 허구이며, 어떤 사건은 지나친 허구처럼 보이는 진실도 있다. 이러한 사건의 아이러니 속에서 얼마나 많은 오해가 발생하는가. 또한 사람이 죽고 나면 그 오해는 변하지 않는 '진실'로 굳혀져 얼마나 많은 억울한 사건이 있을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소설에서 들여다보기에 BVS가 구현한 진실도 어찌보면 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바라 본 기억이지 않은가. BVS가 보여준 꽤 명징한 진실조차 진실의 반틈밖에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어쩌면 죽어가는 이들의 기억을 데이터로 변환하는 일이 더 많은 진실을 말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기억을 데이터로 변경하여 시각화하는 일은 실제로는 구현하기 꽤 어려운 먼 미래의 기술이라 한다. 다만 어떤 면에서 'CCTV'나 다양한 온라인상의 기록처럼 데이터화 된 자신의 낯선 모습은 지금도 언제든 볼 수 있다.

'블랙박스', 'CCTV'과 과 같이 BVS 또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언제나까지 진실을 보여주기에는 불완전한 기술이지 않을까 싶다.



협찬 및 고료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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