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위해 '모세'를 조각한다. 모세의 머리 위에 '빛'이 있어야 할 터이다. 다만 미켈란젤로의 '모세'에는 '빛'이 아니라 '뿔'이 달려 있다. 이는 히브리어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단순 '실수'가 반영된 것이다.
이런 실수를 포용하고도 넘칠만큼 '모세상'은 후대에 영향을 칠만큼의 명품이다. 사람들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면서도 생각한다. '다빈치'가 '눈썹 그리는 일을 빼먹었을리가 없어, 그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얼굴의 구조와 근육 표정을 연구한 화가이고 그의 성향상 '실수'할 리가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이름이 주는 압도적인 권위 때문에 '실수' 가능성이 가소평가되곤 한다. 이는 '권위 편향'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거장의 작품에서 우리는 종종 실수를 실수로 보지 않으려 하며, 때로는 그 완벽하지 않은 흔적이 오히려 작품의 의미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흔히 명품이라면 '흠' 없는 '완벽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명품'은 '완벽함'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아니라 오히려 '과정'과 '권위'에서 나온다.
명품을 만드는데 다섯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대체 불가능한 고유함
명품은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함에서 시작된다. 흔해지지 않는 결, 반복되지 않는 선, 모방을 허용하지 않는 정체성이 명품의 첫 조건이다. 여기서 고유함이란 단순히 특이함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해도 변질되지 않는 자기만의 방식을 말한다.
'재클린'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다. 사람들은 그녀를 외모나 부 때문이 아니라 큰 사건과 비극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품위 때문에 기억한다. 그녀의 고유함은 화려함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기품,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철학, 말보다 행동에서 드러나는 조용한 단단함. 이런 요소들이 재클린을 고유함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둘째, 흠을 압도하는 수준의 탁월함
여기서 탁월함이란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삶의 결정'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철학과 선택들을 말한다. 꿈을 내려 놓아야 햇던 날의 표정, 불평등 앞에서 멈추지 않으려는 으지ㅣ, 속물의 언어에 물들지 않으려는 결심들이 그렇다.
이런 탁월함은 대체로 다가오는 기회를 잡는 능력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간을 견디는 힘에서 나온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본래의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이다.
셋째, 시대와 삶이 축적된 역사와 스토리
명품은 시간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시대와 부딪혔는지, 철학이 삶과 어떤 맥락으로 연결되는지 중요하다. 앞서 말한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는 꽤 흥미 있는 역사다. 어떤 작품에는 그에 걸맞는 스토리와 역사가 있다. 힘든 시기를 겪었던 가수의 음악에서 받는 위로를 AI가 만들어낸 음악이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거기에 '서사'가 없기 때문이다.
넷째, 감각을 넘어 세계관을 제시하는 심미안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다. 무엇이 아름다운지,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명품이란 단순히 비싼 광물을 덕지덕지 붙인 것과 다르다. 어떤 그림은 금이나 다이아몬드보다 비싸고, 어떤 '부유함'은 '청빈함'에 미치지 못한다.
다섯째, 한 사람의 취향에서 한 시대의 기준이으로 확산되는 영향력
어떤 인간은 사람을 바꾼다. 관점, 취향, 행동, 나아가 한 시대의 기준을 바꾸기도 한다. 영향력은 '완성됐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 작품이 가진 결함마저 다른 이를 자극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책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상속자와 방법을 찾으려는 학생이 대화하는 형식을 취한다. 여기서 상속자란 부모로부터 재산 상속을 받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상속'은 '재산'이 아니라 '가치 계승'을 말한다. 사회와 역사로부터 더 큰 의미의 '가치'를 상속받는 사람이다. 저자는 명품을 완성하는 다섯가지 요소를 제시하며 이를 단순한 물질적 완성으로 보지 않는다. 대체불가능한, 흠을 압도하는 역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품격과 아우라로 누구나 작가가 말하는 상속자가 될 수 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