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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멘탈 아츠
  • 구사나기 류슌
  • 16,020원 (10%890)
  • 2025-04-07
  • : 905

과거 '쓰면 이루어진다'에서 말한 적 있다. 어떤 감정에 휩싸였을 때, 그 감정이나 상황을 그냥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놀랄만큼 편안해질 수 있다. 예컨데 직장에서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는다고 해보자. 대부분은 그 상황에 휩쓸린다. 말의 뉘앙스 하나, 표정의 결 하나에 따라 마음이 동요된다. 다만 그때 그 상황과 감정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묘사'하기로 해보자.

사무실의 온도는 어떤지, 조명의 밝기는 어떻고, 상사의 목소리 톤은 어떤지, 그가 반복해서 말하는 요점은 무엇인지.

소설에서 작가가 상황을 묘사하듯. 혹은 화가가 붓을 들고 무심히 풍경을 그려나가듯. 그 감정과 분위기를 제3자의 시선으로 서술해 나간다. 감정이 '주어'가 아니라 '대상'이 되는 순간, 사람은 '감정' 속에 있는 존재에서 '감정을 바라보는 사람'을 번환된다.

'설명, 묘사, 서술' 이것은 표현이 아니라 감정과의 거리 확보다. 구사나기 류슌은 '멘탈아츠'에서 이 감정 거리 확보를 '기술'이라고 불렀다. '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나'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그는 말한다.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것'이라고.

이것은 단순환 관점 전환이 아니다. 실제로 증명된 실험이 있다. 뇌과학 실험에서 뇌 영상 장비로 확인한 결과, 감정에 대한 언어화가 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감정의 폭주를 조절한다. 다시 말해서, '나는 지금 당황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그 감정을 '대상화'하고 반응의 속도를 늦춘다. 거기서 여유가 생긴다. 그 안에는 '선택'이라는 것이 들어간다.

'감정'은 영문법으로 '수동태'로 표현한다. 다시 말해서 거기에는 '의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부여 받는 통제불능의 그것을 '통제권'에 두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방식이다.

'멘탈'은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것이 아니다. 또한 두드리고 때려서 단련할 수 있는 무엇도 아니다. 유연하게 흔들릴 수 있다. 우리가 할 것은 그것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조련'하는 것이다. 감정에 빠졌다는 걸 인지하고, 그 감정을 서술하고, 그 다음에 나를 다시 중심으로 끌고 오는 힘. 그게 진짜 멘탈관리다.

과거 한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의 '멘탈'을 강화한다고 '폭언'을 퍼붓는 관경을 본 적 있다. 강한 멘탈을 기르기 위해 '강한 자극'을 준다는 의미다. 단연코 멘탈은 그렇게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흥분한 말과 닮았다. 갑자기 튀어오른다. 눈이 뒤집히고, 말굽이 날뛴다. 처음에는 작았다. 단어 하나, 표정 하나, 시선 한 줄기. 그러나 어느새 감정은 쏜살같이 달린다. 그 말 위에 내가 올라타야 한다고 해보자. 속도는 붙고 방향은 없어진다. 그게 감정의 폭주다.

이것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억지로 붙잡으려 한다. 채찍을 들고, 힘으로 눌러서 조용히 시키고자 한다. 다만 이는 결국 말을 더 거칠게 튀게 한다. 더 위험하게 움직인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억누르고자 할 수록 더 강하진다. 감정은 힘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다. 말처럼 감정도 조련이 필요하다.

좋은 기수는 말을 두들겨 패지 않는다. 옆구리를 살짝 지르고 고개를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방향을 바꾼다. 흥분한 말의 속도에 같이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단호하게, 작은 신호로 통제한다. 감정도 그렇다. 감정이 튀어 오를때는 내가 더 빠르고 크게 반응하면 모든 것이 망가진다. 다만 한 발 물러서서, 그 감정을 바라보고, 이름을 붙이고, 묘사하기 시작하면 감정은 점차 속도를 늦춘다. 그리고 점차 말을 듣기 시작한다.

구사나기 류슌은 '멘탈아츠'에서 감정은 억제의대상이 아니라 조율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감정에 끌려가지 말고, 감정을 관찰하라고 화가 나는 순간 '나는 지금 화가 났다고 느낀다'하고 말하ㅐ보는 것이다. 그 말이 한 줄의 고삐가 된다. 순간 감정이라는 말은 더이상 날뛰지 않는다. 멈추지 않더라도 조절은 가능하다.

감정은 생물이다. 마구간에 갇힌 기계가 아니다. 두드려서 조용해지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길들여야 한다. 말과 잘지내기 위해서는 말을 부스려 하지 않아야 하고, 감정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이를 억제해서도 안된다. 감정과 함께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말위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것. 감정이 속도를 내도, 그 위에서 내 호흡을 유지하는 것, 중심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고 느끼는 것.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

감정은 흘러가고 나는 그 위에 있다. 그게 조련이고 그게 기술이다. 멘탈은 그런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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