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제레미 오'는 아주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독특한 이 이력이 완전히 녹아든 작품이 '홀론'이다.
'홀론'은 우주비행사 '루크 쇼'의 이야기다. 달 근처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다크홀'이라는 현상을 탐사하기 위해 주인공 '루크'는 비행에 나선다. 이 미스터리한 자연현상을 탐사하던 중 그가 겪는 이야기는 꽤 독특하다. 의식을 잃은 다른 동료들과 달리 홀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도착하게 된다.
소설의 도입부 논리적 설득력은 탄탄하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 과감하게 전개를 진행한다. 중간쯤부터 '당췌 어떻게 나를 설득했기에, 내가 여기까지 왔는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소설은 재미있다.'. 페이지가 '탁, 탁' 하고 넘어가는 맛도 신난다.
이야기는 점차 더 과감한 공상적 이야기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거부감보다는 박진감이 느껴진다. 도입에 설득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첫 몇 페이지의 허들만 넘어서면 소설은 신나게 자유로이 장르를 벗어나며 나아간다. 강점이라면 적절한 속도 조절감이다.
작가는 빠르게 전개해야 할 구간과 섬세하게 쌓아 올려야 할 구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소설'의 요약본을 보는 것이 되려 '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약본은 의미가 없다. 애당초 소설은 하나의 플롯을 향해 움직이기보다 주인공이 겪는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재미가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소설은 '지루하게 보이는 과학이나, 허무맹랑하게 보여지는 공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은 가르치려는 시도 없이 그저 이야기 전개에 충실한다.
다시 소설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루크'는 새로운 세계에서 '안내인'인 '안나'를 만난다. 그녀는 설명한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루크'는 다시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새롭게 도착한 곳에 정착하기에 너무나 많은 것을 두고 나왔다는 생각이든다. 그의 눈에 새로운 곳은 모순으로 가득찬 곳이다. 작가가 설명한 이 새로운 곳은 과거 TPL이라는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 광고는 제일기획에서 기획한 삼성의 애니콜 브랜드 광고였다. '타블로, 보아, 진보라, 시아준수'가 '애니밴드'를 결성하여 나오는 광고다. 그곳에서는 Talk, Play, Love가 금지된다. 광고는 그 갑갑한 곳을 벗어나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쯤되면 소설 '홀론'의 1편 중 절반이 지나간다. 여기서부터 소설은 완전 다른 장르가 된다. 이제 작가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어느정도의 개연상만 가지고 과감하게 이야기를 진행했는지 모른다. 여기서부터는 '설득력'보다 '재미'가 읽을 수 있는 동력으로 바뀐다. 독자인 나도 '그래, 이제 와서 설득력이라는게 뭐가 중요해, 재미만 있으면 되지'로 바뀐다.
자신의 앞에 놓인 80억개의 지구를 주인공은 본다. 각 지구에는 하나의 의식적 존재가 있다. 또한 나머지 모든 이들은 무의식적 존재다. 자신이 떠나온 지구가 이미 파괴됐음을 루크는 알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지구가 아니라 '딸'의 지구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소설은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떠올리게 한다. 항공우주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의 경계를 모호하게 오가며 느껴지는 것은 사실 이 소설이 SF의 표면을 갖고 있으면서 판타지적이라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느슨해졌던 독서 습관이 바짝 조여든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아마 다시 한창 책을 쥐고 살지 않을까 싶다. 글을 마치고 나면 2권을 볼 예정이다. 전개상 더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구간에서 1편이 끝났기 때문에 너무 기대하는 마음으로 2권을 볼 예정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