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록 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이연승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4)
묵시록 살인사건
줄거리
어느 일요일, 긴자의 거리에 나비 떼가 날아든다. 나비가 처음 나타난 곳에서는 성경 구절을 새긴 팔찌를 찬 청년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후 예고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도쓰가와 경부가 이끄는 수사본부는 당황하고 만다. 계속 이어지는 청년 신도들의 자살. 그들 뒤에 존재하는 어둠의 집단. 그곳의 지도자는 과연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정녕 죽음을 바라는 것일까.
페이지
pp.53-54
˝이건 순진한 질문일 수 있는데,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왜 금하는 겁니까?˝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는 함부로 상처 입히거나 생명을 끊는 건 용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라는 인물은 스스로 붙잡혀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잖습니까? 그것도 일종의 자살 행위 아닌가요?˝
˝물론 예수님은 위험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에 직접 가서 처형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가신 것입니다. 또 당시에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인 걸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마가복음에 따르면, 당시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자신을 구세주라고 일컫는 게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이 구세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시고 얼마 후 다시 부활하신 것입니다. 그로써 사람들은 예수님이 그리스도, 즉 구세주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가 구세주라는 뜻인가요? 전 지금껏 예수가 성이고 그리스도가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만.˝
p.89
˝야구를 하는 저 젊은이들과 죽은 세 젊은이들 말입니다. 나이는 엇비슷할 테죠. 그런데 왜 그 세 사람은 죽고 눈앞의 저 젊은이들은 야구에 열중할 수 있는 걸까요?˝
˝같은 젊은이들이야.˝
˝하지만…….˝
˝한쪽은 야구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고 그 세 명은 죽는 것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을 뿐이겠지.˝
˝죽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다니,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됩니다.˝
p.91
˝세 청년의 죽음이 현대 사회를 향한 항거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다던데.˝
혼다가 말을 이었다.
˝기독교에서는 현대 문명이 조금씩 쇠퇴해 가다가 이후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할 거라고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 현대는 가장 부패한 시대라 극단적인 기독교 신자들이 항의 표시로 연이어 목숨을 끊는다고 해석해도 이상하지는 않겠지.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죄라고 하는데, 가이아나에서 집단 자살한 자들도 기독교인이었고 순교도 일종의 자살이니.˝
p.102
˝자네한테 묻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는데.˝
˝뭐지?˝
˝경찰은 이 네 번째 분신자살을 막을 자신이 있나? 따로 기사화하지는 않을 테니 솔직히 말해줘.˝
˝막고 싶고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뿐.˝
˝모범생 같은 발언이군.˝
˝그 밖에 다른 할 말이 없으니.˝
˝도대체 젊은이들이 뭘 위해 연이어 죽는다고 보나?˝
˝뭔가에 대한 항의. 고무풍선에 붙은 종이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네. 그런데 이번에는 묵시의 시대라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서라는군.˝
p.103
묵시록은 정확히 말하자면 요한 계시록으로 성경의 마지막 장을 뜻한다.
그리고 묵시란 쉽게 말해 예언이라고 할 것이다.
도쓰가와는 성경을 여러 번 읽으며 성경 전체가 예언의 책이라 느꼈다. 구약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하고, 신약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부활을 예언하고 있다. 끝에 있는 요한 계시록은 그것들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pp.126-127
˝그와 동료들 사이에 죽음이라는 게 미화돼 있을지도. 또는 죽어야 한다는 굳센 의무감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래서 세 명이 죽고 네 번째가 또 죽으려 한다는 겁니까?˝
˝혼자보다는 동료가 있는 편이 죽음을 선택하기도 쉬운 법.˝
˝가이아나에서 일어난 집단 자살 사건처럼 말입니까?˝
˝아니. 굳이 미국 사례까지 들 필요도 없지. 전쟁 당시 일본을 생각해 보게. 당시 사이판과 티니언에서 일본군 병사들이 집단 자결했고, 심지어 민간인들까지 미군의 항복 권고를 거부하며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랐어. 가미카제 특공대 또한 어떻게 보면 일종의 집단 자살이라 할 수 있겠지. 당시 미국 측 종군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 ‘우리는 살기 위해 싸우는데 일본은 죽기 위해서 싸운다‘.˝
˝하지만 경부님. 지금은 전쟁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잖습니까.˝
˝그 말도 맞지만 고바야시나 동료들에게는 지금 이 현대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 다음 주 일요일 자살 예고에 ‘묵시의 시대‘라고도 적혀 있었으니까.˝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요?˝
˝글쎄. 그렇지는 않을걸. 충동적인 자살이면 모를까, 예고한 죽음이 두렵지 않을 리 없지. 다만 그들에게는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뭔가가 있다고 보는 수밖에.˝
˝신앙심 말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사명감 같은 것일 수도 있지. 또는 죽음의 공포보다 더 큰 다른 공포가 있을지도. 만약 그렇다면 그게 뭔지 궁금하군. 전시 중 일본인들에게 그것은 살아서 포로가 되느니 죽어야 한다는 규율이었어. 그 규율을 어기는 건 당시 일본인들에게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지. 고바야시 마사히코와 동료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어떤 규범이 있고 그 규범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몰라.˝
pp.167-168
˝보통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씀을 꼽으라면 산상수훈 같은 걸 꼽지 않습니까? 지금 말씀하신 건 지금껏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도쓰가와가 지적하자 노미야마는 비꼬는 것처럼 웃었다.
˝그렇겠죠. 산상수훈은 기독교의 달콤한 면을 보여 주니까요. 하지만 기독교, 아니 그걸 넘어 모든 종교의 본질은 원래 가혹합니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그 가혹한 면들을 나타내는 말을 더 좋아해요. 절대적인 신앙이라는 건 모든 것을 버렸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신란의 『단이초』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거기 나오는 ‘악인은 더욱 구원받는다‘라는 말 역시 달콤한 말이죠. 하지만 동시에 그는 제자들에게 ‘만약 내가 사람을 죽여라, 그러면 구원받는다고 하면 주저 말고 사람을 죽여라‘라고도 했습니다. 주저한다면 스승을 진정으로 믿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즉, 절대복종을 요구한 겁니다. 그것이 바로 종교의 본질입니다.˝
p.179
다만 고바야시가 노미야마를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의 애처로운 눈빛을 도쓰가와는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광기일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그토록 믿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행복일 수 있다. 특히 믿음이라는 게 희박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도쓰가와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4.09.29(日) (1판 2쇄)
『살
다.
한 줄
1980년에 이미 도래했던 광기는 지금도 여전히 묵시록의 형태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오탈자 (1판 2쇄)
p.412 밑에서 8번째 줄
손에 → 손에 들고
확장
문학구장 소요 사태
2011년 8월 18일, 김성근 감독 경질 사태에 분노한 SK 와이번스 팬들이 경기 직후 그라운드에 난입한 사건. 성숙한 관전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던 20세기에나 일어났을 법한 대규모의 관중 난동이 무려 2010년대에도 또 한 번 재현되었다는 점에서 야구팬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꽤 큰 충격을 안긴 사태였다. 그라운드에다 불을 피웠었던 임팩트로 인해 당시 지역 민방 OBS에서 방영했던 구단 다큐멘터리 제목을 따서 불타는 그라운드 사건이라 불리기도 한다. 난입한 관중들은 유니폼을 불태우고, 이후 불펜 전기차를 타고 폭주하거나 경기장에 놓여 있던 구단 집기나 냉장고 안의 음료수를 무단으로 훔치는 등 심한 난동을 부리다가 20여 분 후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차가 출동하자 다시 펜스를 넘어 해산하였다. 21세기 들어 그라운드에 불을 지른 행위는 처음이며, 이 정도로 많은 인원이 난입한 경우도 1990년 잠실야구장 패싸움 사건 이후로 최대 규모였다. 구단 측의 발표에 따르면 소요사태로 인해 약 3500만 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한편 덕아웃과 구단 전시물 등도 심하게 훼손되었는데, 민경삼개XX, 신영철개XX, 프런트는 물러가라, 꺼져라 이만수, 유다 등등의 온갖 낙서의 향연이 펼쳐졌다.
야구장 그라운드에 불을 지르는 건 마산 아재들부터의 야구팬의 유구한 역사인가 봄.
교단 X - 나카무라 후미노리, 박현미 역, 자음과모음(2017)
자살을 예고하고 사라진 여성을 쫓던 주인공이 ‘교단 X‘라는 정체불명의 사이비 종교 단체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취약한 내면을 파고들어 파멸시키는지를 아주 강렬하고 흡인력 있게 그려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AI가 가장 못하는 게 책 추천이나 내용에 대한 검증이라고 느낀다. 이유는 검색을 한국웹에서 우선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내 입력값을 번역하여 자체 검색엔진에 돌려서 국내에 출간된 내용이 아닌 다른 검색 값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의 책을 추천해 주라고 하면 유독 환각이 많은데 뻔뻔하게 ‘국내 출간작‘이라고 멘트까지 달아놓고 검색해 보면 없는 책인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찾을 수 있던 책. 읽어봐야지.
저자 - 西村京太郎(1930-2022)
원서 - 黙示録殺人事件(19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