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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모리 히로시, 안소현 역, 노블마인(2007)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후배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은 후배가 예전에 언급한 이상한 음식점을 떠올린다. 이름도 없고 매번 장소를 옮기며 영업을 하는 그 수상한 음식점은 30대 후반의 여주인이 예약제로 운영한다. 주인공은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음식점을 찾아가 고지라 꿈을 꾸는 여자, 벌레를 짓이겨 씁쓸한 맛을 보는 여자, 우울한 가족사를 담담히 털어놓는 여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 등 색다른 분위기를 지닌 여자들과 차례로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후배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주인공은 점차 그 음식점만의 묘한 매력에 빠져드는데…….

페이지
p.43
사람이 뭔가를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그건 살생의 동기와 만나는 것과 같다. 소화는 이를테면 궁극적인 파괴행위의 예비 단계다. 따라서 평소 고상한 사람이라도 식사를 할 때는 자기도 모르게 경박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섬세한 본질이 엿보여 환멸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건 더러운 걸 보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식사 예법이라는 게 생겨났으리라.

pp.54-55
원래 대화라는 건 모두 그때뿐이다. 상대의 인간성이나 배경이란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소한 인상 하나로 그 정도의 축적은 싹 변할 수 있다. 날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다.

pp.64-65
˝아뇨. 저는 아무것도 얻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은 의사소통을 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의사소통의 목적은 대개 그 행위가 성립하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 가운데 상대가 여러 가지를 제게 물어오겠죠. 그래서 왠지 모르게 자신의 내면을 조금은 공개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요. 불안함은 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털어 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편이 죄책감이 더 많이 들거든요. 그런 적 없으세요?˝
˝음, 알겠어. 종종 있는 일이야. 일반적인 심리라고 해도 좋겠지. 자신만 알고 있는 걸 상대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친근감을 얻었다고 느끼는 거야. 상대도 비밀을 털어놓은 그 행위에 대해 친근감을 품겠지. 비밀을 공유한다는 연대감에서 비롯되는 거지.˝
˝그러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비밀은 비밀다운 가치가 옅어지는 게 아닐까요.˝
˝맞아. 바로 그래.˝
˝그럼 결국 추상적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건 정보를 베일로 싸라는 의미인가요. 일부러 상대에게 거리감을 두어, 서먹서먹함을 느끼게 하라고요? 추상성은 상대에 대한 다정한 배려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는데요. 어느 쪽이 진짜인가요?˝
˝모두 진짜야. 그건 대화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지극히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어. 이거다, 라는 정답은 없지. 그 균형을 항상 맞춰야 한다, 그런 게 아닐까? 어느 한쪽이 진실이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p.75
요컨대 젊은 시절에는 ˝이것도 하고 싶다, 저것도 하고 싶다˝고 바라던 일이 요즘에는 ˝이것도 못해봤고 저것도 못해봤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바뀐다는 말이다. 전철의 진행 방향으로 얼굴을 향하고 풍경을 바라보던 게 젊은 시절이라면 지금은 스쳐 지나가는 뒤쪽 풍경을, 멀어져가는 풍경을, 뒤돌아서서 멍하니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런 시점의 차이가 사람을 크게 둘로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남녀를 불문하고 느끼는 그런 문제가 아닐까?

p.88
여주인이 방에서 나갔을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식으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즉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필요는 없다. 이름이 뭐고, 나이가 몇 살이고, 출신이 어디고, 어떤 신분이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런 정보에 따라 그 사람의 느낌이 바뀔까? 그것이 사람의 진정한 가치일까? 정보는 얼마든지 날조할 수 있다. 우리는 평소 그런 정보에 얼마나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까?
그저 이렇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좀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분명 다른 상황보다 식사 중의 모습이 가장 그 인물을 잘 드러나게 한다. 그러므로 이렇게 조신하고 고상하게 먹으면 이미 그것만으로 이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느낀다. 언어 정보는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지만 기품 있게 먹는 모습은 쉽게 익히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연출된 것임은 틀림없다.

p.93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틈을 메울 수가 있다. 이것은 다도(茶道)와 통하는 감각인지도 모른다. 지껄여댈 필요는 없다. 쓸데없는 의사소통을 배제하고 시간과 공간을 좀 더 본질적인 것으로 채우려는 수법이다. 또한 회화 같은 예술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발견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는 떠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의사소통을 배제한 평온함으로 채워진 공간이기 때문인 듯하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소비시키는 게 예술 감상의 주요 기능이다.
그렇다, 이건 예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은 첫째, 인간이 이룬 것이어야 하고 둘째, 쓸데없는 소비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내가 내린 정의다. 오늘 이 방의 침묵이야말로 정말 예술 그 자체가 아닐까? 다만 문제는 그녀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디까지 의식해서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p.147
원래 인간관계란 많든 적든 이런 허구 위에서 성립되는 건 아닐까.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게 모두 다 진실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야기하는 자신도 착각할 때가 있다. 완벽하게 의도해서 지어낸 이야기와, 무의식 가운데 왜곡되어 상황에 맞게 해석된 이야기, 어디쯤에 그 경계가 있는 걸까? 듣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모두 진실이 아니다.
잠깐. 그럼……. 진실이란 뭘까?
자신과 관련이 없는 타인의 인생에서 ‘나의 진실‘ 이란 무엇일까?
내가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인가?
요컨대 나는 허구와 실화의 차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논의는 젊은 시절부터 친구들과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이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말의 효과에 대해서 말이다. 예전에는 이 말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게 효과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그런 주장은 허식에 가까워졌다.

p.222
나는 혼자 웃었다. 재미있다, 인생이란…….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은 멈출 수가 없다. 돌아갈 수도, 되풀이할 수도 없다. 할 수 없었던 일을 언제나 되돌아보며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기록
2024.12.16(月) (초판 1쇄)

까.

한 줄
조금 특이한 소설 있습니다

오탈자 (초판 1쇄)
p.136 위에서 7번째 줄
정j해진 → 정해진

확장
주문이 많은 요리점 - 미야자와 겐지, 김난주 역, 그림 시마다 무쓰코, 담푸스(2015)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나 『주문이 많은 요리점』 모두 등장인물들이 순순히 따라주는 게 웃기다

로제떡볶이 씻어서 다시 만들어 먹기 - 케인 TV(2021.05.30)
스트리머 중 음식 맛없게 먹는 걸로 첫손에 꼽힌다는 케인. 이런 입이 짧고 지독한 편식쟁이들이 뭔가 음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듯. 라쿤도 아니고 로제 떡볶이를 물에 씻어먹는 기행을 저질렀는데( 콘치즈, 양념치킨, 계란말이, 탕후루, 마라탕, 팥빙수도 씻어먹었다) 이런 먹방이 방송이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오히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나.

저자 - 森博嗣(1957-)

원서 - 少し変わった子あります Eccentric persons are in stock(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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