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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가는 히나 - 요네자와 호노부, 권영주 역, 엘릭시르(2014)

멀리 돌아가는 히나 (Little birds can remember) (고전부 시리즈 4)

줄거리
이번 작품에는 《빙과》의 봄부터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의 여름, 《쿠드랴프카의 차례》의 가을을 지나 이듬해 4월까지, 고전부의 지난 일 년이 담겨 있다. 학교 괴담을 추리로 푼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 헛간 탈출 대작전 ‘새해 문 많이 열려라’, 초콜릿 도난 사건을 다룬 ‘수제 초콜릿 사건’, 히나마쓰리에 얽힌 소동을 그린 ‘멀리 돌아가는 히나’를 비롯해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페이지
p.64
˝잡학 외의 일로 너한테 뭘 가르쳐 줄 수 있다니 이거 기쁜 걸. 잘 들어, 호타로. 난 네가 어째서 그런 일을 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어.˝
˝…….˝
˝그건 말이지. ……익숙지 않은 녀석일수록 특이함을 노리기 때문이야.˝

p.263
그렇지만 나는 농담을 한 게 아니었다. 예전에 사토시가 빌려 준 셜록 홈스에 ‘불가능한 수단을 전부 배제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수단은 아무리 황당무계해도 그게 정답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아마 그랬던 것 같다. 약간 다를 수도 있다.

pp.389-390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지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게다가…… 지탄다도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다. 사물을 보는 방식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요즘 세상에 상식이다. 어쨌거나 나는 오랜 친구나 마찬가지인 사토시에 관해서조차 아무것도 몰랐다.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이쪽이 멋대로 오해한다든지 상대방이 멋대로 곡해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p.427
말끝에서 귀에 익은 느낌이 묻어났다. 청초한 외모 그 깊은 곳에 언제나 있었던 열기. 지탄다를 떠올릴 때 내가 맨 먼저 연상하는 것. 작년 사월 처음 만난 이래로 이미 여러 번 나와 사토시, 이바라를 휘말리게 했던 그것. 호기심이다.

pp.459-460
이때 나는 전부터 품고 있었던 의문에 관해 한 가지 답을 얻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려 했다. ‘그런데 네가 포기한 경영 전략에 대한 안목 말이다만, 내가 길러 보면 어떻겠냐?’
그러나 어째선지 도무지 말할 수 있을 성싶지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처음 하는 경험은 지금까지 풀 수 없었던 의문을 풀어 주는 큰 열쇠가 된다.
나는 알았다.
후쿠베 사토시가 어째서 이바라의 초콜릿을 부수었는지.
요컨대 이런 것이었다.
지금 어둠이 밀려오는 여기 지탄다가 저택에서 내가 한 말이,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 다른 한마디였던 것과 아마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무뚝뚝한 태도를 한껏 가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추워졌다.”
지탄다는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부드럽게 미소 짓고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이젠 봄이랍니다.”

pp.461-462
저 자신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오늘 있는 것은 내일도 있고 3학기 다음에는 1학기가 오는 루프가 무한히 계속되리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에 시간제한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며 외면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즉, 시간에 대해 너그럽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이야기에 있어서도 일단 고정됐던 시간이 움직여 구축된 관계성이 변화하는 종류는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삼장법사 일행은 요괴의 습격을 받는 여행을 영원히 계속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야지키타는 즐겁고도 바보 같은 여정을 영원히 계속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각각 천축과 이세에 도착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역은 시간입니다. 등장인물들이 처음 만난 직후 아직 어색했던 무렵을 따로 빼고, 1학기, 여름 방학, 2학기, 겨울 방학, 3학기, 봄 방학에 각각 이야기를 분배했습니다. 심경 변화의 이유를 자세히 쓰면 후기가 아니라 자작自作 해설이 될 겁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시간과 화해했다는 뜻이겠죠. 일 년을 더불어 보내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거리감은 계속 똑같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저는 이 책에 그런 변화가 그려졌기를 바랍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기록
2025.11.26(水) (초판 1쇄)

해!

2016.11.27(月) (초판 1쇄)

다.

한 줄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씁쓸한 다크초콜릿 맛

오탈자 (초판 1쇄)
p.14 위에서 6번째 줄
신 나게 → 신나게

확장
흑뢰성 - 요네자와 호노부, 김선영 역, 리드비(2022)
pp.128-129
이야기는 노부나가의 아사쿠라 침공이 가경에 접어든 참이다. 오다의 승리로 승부가 났을 때, 노부나가의 누이동생이 오다 진영에 위문품을 보낸다. 팥을 넣어 위아래를 꿰맨 자루. 그것을 보고 노부나가가 소리친다. ˝자루 안의 쥐라는 뜻인가! 배후의 아사이가 배신했구나!˝ 아사이가로 시집간 노부나가의 누이동생이 오빠에게 궁지에 빠겠졌음을 넌지시 알렸다는 에피소드다.
일본인들에게는 유명한 이야기겠지만 이때부터 역사소설을 쓰려고 마음먹고 있었을까. 『흑뢰성』으로 이룰 건 다 이루어버려서 앞으로 고전부는 졸업이나 할 수 있을지. 천축에 도착하지 않은 삼장법사 일행으로 남을지.

상남자들의 낭만👊 - 신고킥TV(2023)
pp.382-383
˝그때 너도 이상하게 생각한 것 같던데. 내가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 걸.
너하고 그 게임을 자주 했던 건 이 년 전이지. 그 당시 난 꽤나 한심한 녀석이었어. 이기기 위해서 이기고 싶어 해. 지면 상대방을 트집 잡고 규칙 탓을 했어. 게임뿐만이 아냐. 다케다 신겐에 대해 많이 아는 녀석이 있으면 그 이상으로 많이 알려고 책을 뒤졌고, 철도 마니아도 따라잡으려고 했어. 좌우지간 이기고 싶었던 거야, 난.
별별 것에 다 집착했어. 어떤 게 있었더라. 벌써 생각도 잘 안 나네. 그렇지만 그래, 예컨대 색깔 맞춰 옷을 입는다든지. 한자의 올바른 획순이라든지. 회전 초밥을 먹으러 가도 그저 올바른 순서로 조합해 먹는 데만 집착하느라 정작 맛있는 건 놓치고 그랬어.˝
사토시는 자못 재미있다는 듯 자신을 비웃었다.
˝참 재미없었어, 분명히 말해서. 그렇게 이기고 싶어 해 놓고 이겨도 재미가 없으니 대책이 없잖아? 그때는 왜 그런 건지 이유를 몰라서 이것저것 생각했지 뭐야. 하여튼 바보지. 재미있게 이기지 않았는데 재미있을 리 있겠어?
그러다 어느 날, 지겨워졌어 . 집착하는 걸 그만뒀어. 아니다, 집착하지 않는 데에만 집착하게 된 거야. 계기는 벌써 잊어버렸어.
그 뒤론 말이지, 호타로,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즐거워. 오늘은 자전거, 내일은 수예. 안보에, 간이 보험에, 클래식 . 집착하지 않는 정도의 집착을 양념으로 온갖 분야를 기웃거려. 그게 너였던가, 언젠가 날 형광 핑크라고 표현했던 게. 그 말이 딱 맞아.˝
남아프리카 황토흙에 쿠라이 야가레로 응답한. 승리보다 승부를 택한 낭만 치사량.

저자 - 米澤穂信(1978-)

원서 - 遠まわりする雛(2007)

원서 - 遠まわりする雛(2010)

원서 - 遠まわりする雛(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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