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무엇인가.
정의와 공평이란 무엇인가.
예일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정경대에서 경제학 석사, 옥스포드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예일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 미국의 엘리트라고 부를 수 있는 대니얼 마코비츠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 미국 엘리트들의 생활양식과 그 세습에 대해 쓰고 이를 비판한다.
그가 그린 미국사회의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 책에서는 한국의 교육열이 더욱 심한 것으로 그리고 있지만)
엘리트의 자리는 극소수이고 그 자리를 유지하거나 그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엘리트 자리에 올라가서 받는 소득은 교육 투자에 비해 더 막대하다(불평등한 분배). 그러므로 엘리트들은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고, 자녀들에게도 교육을 통해 엘리트 자리에 올라가도록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그리하여 교육이라는 세금 없는 증여를 통해 엘리트 세습이 이루어진다.
엘리트가 되어도 삶은 불행하다.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갈아 넣고(과거에는 귀족의 여유가 자랑이었으나, 오늘날은 쉴 새 없이 바쁜 것이 자랑이 되어버렸다) 자녀들에게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엘리트가 되지 못한 중산층은 (산업 및 소득구조의 변화에 따라) 과거에 비해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엘리트 대비 소득 비율도 줄어들었다. 자녀들에게도 위와 같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여력이 없으므로 엘리트가 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일자리는 점차 고소득 엘리트와 저소득층으로 양극화되었고 중산층은 줄어들었으며, 자녀들의 교육 성과도 대물림되었다. 일자리, 교육을 고려하여 끼리끼리 모여 살다 보니 지역 간 소득격차와 계층 간 격리도 심해졌다. 더구나 능력주의는 위와 같은 격차를 오로지 능력과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정당화하여 엘리트가 되지 못한 중산층 및 하층 사람들의 노력이 부족할 뿐이라고 비난하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과거의 귀족주의로 돌아가는 것은 답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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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귀족주의(aristocracy)가 물러난 자리에 능력에 따른 기회와 평등을 주는 듯한 능력주의(meritocracy)가 등장했다. 고된 노력과 기량, 합당한 보상이라는 이상을 제공한다.
그러나 능력주의는 더 이상 약속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산층 어린이는 부유층 어린이에게 뒤쳐지고, 중산층 성인은 직장에서 명문대 졸업자에게 밀려난다. 중산층에겐 기회가 차단되고, 능력 부족이라는 비난마저 가해진다.
능력주의는 엘리트에게도 해롭다. 엘리트 세습을 위해 자녀 교육에 수천 시간과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받은 교육자원도 최대한 활용한다. 과거의 귀족과 달리 불안하고 정통성이 없는 엘리트를 무자비하고 일생 동안 지속되는 경쟁으로 끌어들이며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소득과 지위를 얻으라고 부추긴다.
부패한 엘리트 자체를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와 경제 구조가 문제이다. 오늘날 능력주의는 혜택을 집중시키고 해로운 불평등을 고착한다. 부와 특권의 집중과 세습을 대대손손 유지하는 메커니즘이자, 원한과 분열을 불러일으키는 계층 제도가 된 것이다.
능력주의는 점점 심화해 한 세대 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새롭고 억압적인 계층질서를 낳고 있다.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 엘리트들은 소득, 부, 권력뿐만 아니라 산업, 공식적인 영예, 개인적인 존경까지 독점한다. 능력주의는 중산층을 사회적, 경제적 혜택에서 철저하게 소외시키며, 동시에 엘리트를 계층을 지키기 위한 파괴적인 경쟁으로 끌어들인다.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고통은 능력주의가 불완전하게 구현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능력주의 그 자체 때문이다.
능력주의는 현재 사회 이동을 억제하는 요소에 가깝다.오늘날의 능력주의 교육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엘리트 계층의 목표를 충족하는 도구나 마찬가지다. 직업은 엘리트 대학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은 대졸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직업은 학교에서 형성된 불평등을 확대하고 심화한다. 노동시장은 갈수록 특별한 교육과 값비싼 훈련을 받은 인력을 우대하는 추세로 변화한다. => 로스쿨도 마찬가지.
능력주의는 결과의 배제뿐 아니라 기회의 배제까지도 유발하며 능력주의식 가치관은 물질적 피해도 모자라 도덕적 모욕까지 안긴다.
능력주의는 엘리트에게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때 사회 전반에 공평하게 분배되었던 교육과 직업이 현재는 그 무게를 감당하기에 숫자가 너무 적은 엘리트 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중산층에 타격을 입힌 바로 그 힘이 엘리트 계층에도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능력주의 시대 엘리트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함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한다. 갈수록 자녀 교육에 재산뿐 아니라 기량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추세다. 그리하여 엘리트 밀레니얼 세대는 특권을 얻기 위해 일생동안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에도 꺽이지 않는다. 그러나 늘 긴장하고 지친 상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각한다. 자신들이 받는 혜택에 주눅 들고 당황한 상태다. 과도한 특권을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계층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를 벌일 수 있도록 양육될 뿐 아니라 교육되고 지도되고 훈련되고 형성되며 포장된다. 이들은 집단 불안에 빠져 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생겨나는 불안이다.
통합된 매커니즘은 그야말로 소득과 지위를 집중시킨다. 그와 동시에 능력경쟁 대문에 중산층은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기회를 빼앗기고 엘리트들은 과도하고 치열하게 헛된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은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모든 계층을 오해, 갈등, 불화는 물론 야전에 휘말리게 한다. 조직적인 계층 갈등을 조장해 사회적, 정치적 생활을 망가뜨린다.
중산층은 능력주의가 고착시킨 이상과 제도에 대한 적의와 불신을 갖는다. 이러한 적대감은 소외에서 비롯되고 각종 소수자를 포용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른 것도 그런 적대감 덕분이다. 트럼프주의에 실린 적대감과 거부 정책은 능력주의 계층 체계의 맨 밑 계층이 겪는 정신적 부담감을 반영한다.
한편 불안에 떠는 엘리트 계층은 자기회의를 물리치기 위한 방어기제로서 중산층의 습관과 가치관을 경멸한다. 성과뿐만 아니라 탁월한 자질을 치켜세우는 한편 평범함을 폄하한다. 이러한 태도는 중산층의 적대감을 한층 더 부추기는 동시에 엘리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떨어뜨린다.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능력주의의 덫에서 탈출하는 것은 사실상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중산층은 원래 위치를 되찾아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에 적극 동참하게 될 것이다. 엘리트계층은 지위와 부가 축소되는 대신에 귀중한 여가와 자유를 얻음으로써 참된 자아를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능력주의로 말미암아 억압적이고 불신이 만연해진 사회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치적 의지를 모아. 구조적 힘에 대한 정치적 인식을 지렛대 삼아 정치적으로 강력한 변화의 힘을 키우고 좀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 경제질서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면 된다. 양쪽 계층 모두 연대에 동참해 능력주의가 다른 계층에 끼치는 부담에 공감하고 그 부담을 분담해 고통을 완화해야 한다.
1부: 능력 충만한 엘리트의 시대
엘리트 귀족의 탄생
- 능력주의는 교육을 혹독하고 치열하며 엘리트들이 참여하는 경쟁의 장으로 바꿔놓는다.
능력주의로 말미암아 교육은 초일류 교육을 받고 최고 명문학교와 대학입학, 그리고 학점 경쟁에서 승리한 극소수 계층에게 집중된다.
- 능력주의는 자격요건이 엄청나게 까다롭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엘리트 계층을 지탱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직업 세계를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능력주의는 기량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며 한정된 최상위 근로자에게 직업과 소득을 집중시킨다.
- 너무 치열해진 교육. 1970년대 이후. 혹독하고 의욕적이고 성공적인 훈련을 통해 탄생한 엘리트들. 그리고 이는 능력 위주의 직장 생활을 통해 이어진다. 법률, 금융, 경영 계통의 터무니없이 긴 근무시간. "능력주의는 열심히 일하는 것, 즉 분주함을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받았다는 표식이자 명예의 증표로 만든다." 초고도 숙련 근로자들이 생산을 장악함과 동시에 중간 숙련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종속 근로자와 상위 근로자가 완전히 분리되고, 새로운 유형의 종속 근로자가 호황을 누린다. 암담한 직업과 멋진 직업의 구분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산층 직업에서 상위 직업으로의 소득 이전 때문에 경제 불평등이 심화된다.
사람들은 강화되고 개선된 능력주의를 경제 불평등의 해결책으로 간주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능력주의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능력주의의 이상 그 자체에 저항해야 한다.
중산층의 몰락과 엘리트의 자기 착취
- 엘리트 대학 졸업자들이 최고 직업을 독점하는 동시에 초고숙련 근로자에게 유리한 신기술을 고안해 최고 직업은 더 훌륭해지고 나머지 직업은 더 열악해지는 것이다. 능력으로 얻은 근로소득 덕분에 엘리트 부모의 엘리트 교육 독점 현상은 세대가 바뀔수록 점점 더 심화된다.
- 능력주의가 판을 치자 중산층은 하층으로 전락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장점과 사회적 지위까지 박탈당했다. 임금 정체라는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중산층 근로자를 쓸모없는 존재로 선언함으로써 도덕적 모욕까지 포붓는 셈이다. 그 같은 모욕을 표면화하고 승인하며, 더 나아가 중산층에게 스스로의 전락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한다.
- 능력주의의 소득과 지위에 대한 양면 공격은 중산층의 파괴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에서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질 때는 소득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도 감소하며 사망률이 상승한다. 가정은 해체된다.
다가오는 계층 전쟁
- 지역 간 임금의 양극화. 도시와 농촌의 교육 격차.
- 민주주의 정서로 말미암아 공공부문의 보수는 정체되거나 낮아지는 반면,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 때문에 민간부문 엘리트 직종의 보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 종사하는 상위 근로자들이 몇 배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민간과 공공 부문 보수 격차. 엘리트 관료는 민간 부문에 유입된다. 정부 부서는 그 같은 유인 때문에 관료들을 민간 기업과 연결해주는 '위장 취업 기관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 정부는 중산층을 좌지우지하며, 엘리트들의 의견에는 그대로 따라간다. 능력주의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일하는 부유층을 지배 계층으로 격상시킨다.
- 편견은 다른 악덕과 달리 능력주의의 도덕적 토대를 공격하며 전반적으로 혜택이 능력보다는 개인의 특권에서 비롯된다는 우려를 낳는다. 능력주의는 편견을 극단적으로 경계할 것을 요구한다. 불평등이 확대되고 불안정성을 낳는 가운데 불평등을 강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엘리트의 삶을 지배하는 번지르르하고 취약한 정체성 정치는 어김없이 엘리트의 능력주의적 기반에서 비롯된다. 한편 능력주의는 엘리트가 정체성 정치의 측면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불평등을 맹목적으로 멸시하거나 무자비한 태도로 대하도록 유도한다. 중산층과 근로계층에 대한 경멸에는 정치적 올바름이 적용되지 않는다.
- 일류대학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진심으로 발휘해 흑인과 여성과 동성애자 학생들에게 그들을 그 자체로서 환영하며 그들의 진짜 자아를 지지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일류 대학은 중산층 학생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능력주의적인 이상과 사업 모델 때문에 중산층 학생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워 없애고 그들을 엘리트로 만들어야 한다.
- 능력에 따른 불평등이 정당화되면 엘리트들은 정체성 정치에 대해 끊임없이 우려하는 동시에 빈둥거리는 근로 계층과 중산층을 수많은 방식으로 모욕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 능력주의로 인하여 배제되는 중산층은 엘리트에 적개심을 갖고 포기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상처입은 자존감은 근로 계층과 중산층의 가치관을 타락시키는데 그 양상은 엘리트의 도덕적 타락과 거의 일치한다. 엘리트가 정체성 정치에 치중하는 반면 나머지 미국인은 토착주의를 수용한다. 기득권층을 비난하고 포퓰리즘을 수용하는 것이다. = 백인 중산층의 토착주의: 백인으로서 특권을 누려본 적 없는 중산층은 백인의 특권이라는 정체성 정치의 언어를 들으면 반발하게 된다. 스스로 모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백인 중산층의 포퓰리즘: 전문 지식과 제도에 대한 뿌리 깊고 보편적인 불신. 능력주의는 기량과 전문 지식을 엘리트와 동일시함으로써 지식과 교육의 가치를 받아들여 소외와 수모를 내면화하는 중산층 근로자들을 모욕한다. 그리하여 중산층들의 반감은 슈퍼리치가 아니라 전문가 계층을 겨냥한다.
- 트럼프: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위기의 중산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 엘리트 교육과 상위 노동력을 연계하는 매커니즘으로 이를 통해 능력주의 시대의 엘리트는 혜택을 유지하고 정당화한다. 고도의 교육을 받은 혁신가들은 상위 근로자들의 우월한 기량에 맞춰 일과 생산을 재구성한다. 이들은 막대한 소득을 활용해 자녀 교육에 비정상적인 투자를 한다. 이들의 자녀들은 차세대 혁신가와 상위 근로자가 된다. 이 같은 되먹임 고리는 엘리트 기량을 창출하는 동시에 엘리트 기량이 생산성을 발휘하고 그 기량을 소유한 상위 근로자가 높은 보수를 받는 환경을 유지한다.
- 상위 노동력은 상당히 복합적이고 우발적인 사회, 경제환경의 그늘 안에서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며, 그 근원에는 과거의 경제 불평등이 깔려 있다.
- 능력의 매력은 환상이다. 능력주의 시대 엘리트의 기량은 이전의 경제 불평등, 가치나 능력에 근거한 불평등을 정당화하려는 시도, 순환 논리의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량을 기반으로 할 때만 가치를 지닌다. 능력은 자연스럽거나 보편적인 덕목이 아니라 앞서 존재한 불평등의 결과물이다. 능력은 인적 자본의 착취를 정당화하고 부당한 분배를 눈가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이다.
2부: 능력주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일하는 부유층
- 생산적인 일과 긴 근무시간은 일하는 부자들의 엘리트다움을 규정하는 요소다. 분주함은 그 자체로 '명예 훈장'이 되었다. 오늘날 경제 불평등을 심화하는 원동력은 빈곤이 아니라 부의 집중이다. 상위 불평등의 심화. 이러한 상황 전개로 가장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은 저소득층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득의 몫은 감소한 데다 세금 부담은 늘어난 중산층 전반이 가장 큰 피해자다. 중산층에는 언론인, 교수, 교사, 중간관리자, 공무원, 공학자뿐만 아니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도 포함된다. 능력주의의 마력은 중산층이 점점 더 커지는 손해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긍정하도록 함으로써 그 수수께끼를 해소한다. 능력주의가 경제불평등의 심화를 정당화한다.
엘리트 교육과 신분 세습
- 엘리트 부모가 자녀의 인적 자본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부모 중 한쪽이 엘리트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
- 학업 성취도의 소득별 차이. 능력주의 모형에 기반을 둔 아동기 초기의 교육은 엄청나게 집중적이며 몰입적이고 개인적이다.
- 부유층의 효율적인 자녀 교육 관행은 학령기에도 계속된다. 자녀와의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교육에 대한 막대한 직접 투자를 형성. 책을 읽히고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박물관을 구경하고 스포츠 훈련을 받는 시간이 더 많다. 부유층과 중산층의 연간 자녀 교육비 격차는 최근 수십 년 사이 급증하였다. 엘리트 사립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다. 집중적이고 고도로 맞춤화된 교육에 유리하다. 공립학교도 경제력에 따른 거주지 분리현상의 심화와 더불어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다. 공립학교 학생에 대한 불공평한 투자가 주정부 차원에서 시작되고, 민간에서도 상당한 추가 기금을 받는다. 부모들로부터 모금받는 금액도 상당하다. 현재 미국의 가장 부유한 공립학교는 사립학교처럼 자원 집약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며 다른 곳보다 더 풍부하고 수준 높은 교사와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받는 교육의 가치가 달라진다.
- 취학 연령 자녀에 대한 미국 엘리트의 비정상적인 투자는 정규교육에 국한되지 않고 방과 후 심화학습 활동에 이루어진다. 과학, 수학 캠프, 코딩, 로봇공합클럽. 학습 과외, 시험 대비 프로그램. (한국의 사교육이 가계 지출 총액의 12%를 차지한다는 이야기도 버젓이 등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지출 규모-과외 비용으로 시간당 600달러를 넘는-에 비할 바는 아닌 것 같다)
- 이러한 교육과 훈련은 효과적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부유층 학업 성취도와 중산층의 격차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보다 더 큰 폭으로 벌어졌다. SAT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암울한 직업과 번지르르한 직업
- 부유층의 교육투자는 고등학교, 대학교, 한참 후까지도 계속 이어진다. 오늘날에는 1960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엘리트 대학의 입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최상위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경쟁 역시 치열하다. 100~200개의 유명 엘리트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미국 일류대학 재학생의 1/3을 차지한다. 간단한 고찰만으로도 최상위 고등학교를 나온 최상위 가정의 학생이 엘리트 대학 재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학은 능력 상속을 확대해 부유층 자녀와 중산층 자녀의 교육 불평등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 대학은 부유한 가정 출신 학생의 교육에 점점 더 집중할 뿐만 아니라 부유층이 받는 교육에도 갈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대주고 있다.
- 대학원과 전문대학원 교육은 능력 상속을 연장한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며 엘리트 직업인들 사이에 그 중요성이 부각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실무훈련보다 대학학위가 취업과 승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 훈련과 교육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부유한 어린이들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어린이들을 교육 단계마다 체계적으로 앞서나간다. 부유한 어린이의 인적 자본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이들의 걸출한 성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그런 투자는 아동기 이후 청년기와 성년기까지 능력주의적인 선별 기준과 맞물려 과도한 투자와 뛰어난 성과를 한층 더 강화하고 연장한다. 그리하여 차세대 상위 근로자 절대 다수가 현 세대 상위 근로자의 자녀로 채워지는 결과를 낳는다. 엘리트 부모는 능력주의의 표준 관행과 수단을 회피하기보다 활용함으로써 자녀가 받을 혜택을 지킨다. 오늘날의 왕조는 능력 상속을 토대로 구축된다.
그러나 학문적 자질을 갖춘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의 학생은 대학 졸업까지 경제적 장벽에 부딪힌다. 그리하여 학업 성취도가 충분한데도 대학교육을 추구하지 않거나 마치지 않는 경우가 나타난다.
- 능력에 따른 불평등이 부와 성과를 결합한다. 신흥 능력주의자들은 고성과자로 양육되어 능력 경쟁을 장악한다.
- 인적 자본은 물적 자본이나 금융 자본과는 반대로 소유자가 탕진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경제적, 법적으로 구조화된다. 그리고 상위 근로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구조, 엘리트 교육의 관행과 기관은 부모에게서 인적 자본을 물려받은 자녀가 그것을 유용하게 활용하도록 지원할 뿐 아니라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 것을 돕는다.
- 소득과 지위 획득 수단에 대한 엘리트 가정의 독점이 확대되고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어린이에 대한 엘리트 교육과 엘리트 직업을 가질 기회가 차단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양상은 능력주의적인 가치의 퇴보가 아니라 구현이다.
- 부유층이 학교 교육에 과도한 투자를 할 때는 평범한 중산층이 받는 교육과 학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 엘리트 교육의 결함은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의 내적 역학에서 비롯된다. 학교 교육이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학교 성적이 그토록 많은 것을 결정하는 상황에서는 비범한 사람들만이 교육의 도구적인 기능을 무시하고 그 본질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평범한 가치관과 역량만 갖춘 학생들은 능력주의의 보상에서 끊임없이 눈을 떼지 못할 수밖에 없다.
- 엘리트 학교 교육은 자기만의 진짜 관심사를 추구하고픈 욕구를 이겨내고, 대신 능력주의 체제에 의해 부과된 목표만을 추구하도록 악착같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학생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조율된다. 엘리트 아동기를 능력에 따라 성공이 보장되는 자아를 구축하기 위해 의식적인 활동을 펼치는 시기로 규정한다.
- 부모의 해롭지 않은 무관심과 어린이의 자유로운 활동은 지속적인 감시와 치열한 노력으로 대체되었다. 오늘날의 부모들은 가정생활의 초점을 자녀 교육에 맞춘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초조하게 준비한다. 부유층 가정은 이제 차세대의 인적 자본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와 생산의 현장이 되었다.
- 능력 불평등은 중산층에게서 할 일을 빼앗고 중산층의 명예를 박탈한다. 혜택을 집중하고, 차별을 개인의 기량과 노력이 부족하고 기준에 미달한다는 말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 능력주의의 덫은 엘리트를 숙명의 소용돌이 안에 가둔다. 오늘날의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번지르르한 직업이 경제적인 기능을 다하려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엄청난 기량을 쌓아야 할 뿐 아니라 과로를 꺼리지 말아야 하며 사회적으로도 고된 노력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여가를 대신해 노력이 명예의 지표가 되었다. 엘리트 문화의 변화는 상위 근로자 특유의 고통(탈진과 소외)으로 이어진다. 능력 경쟁과 보상의 내적 논리는, 능력으로 지위가 결정되는 사회경제구조는 소외된 자기 착취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상위 근로자는 계층만 높은 징집병에 가깝다. 신분 상승의 대가로 강도 높고 소외된 노동을 선고받고, 자신이 거둔 성공의 부수적인 피해자들이다.
3부: 새로운 귀족과 나머지의 사회
직업, 가정, 소비까지 총체적인 격차 -
- 오늘날 능력주의적인 불평등으로 인해 20세기 중반의 모호한 계층 구분은 사라지고 엘리트와 중산층 사이 명확한 단층선이 존재한다. 중산층은 축소되고 있다. 불평등은 엘리트 계층을 내적으로 결속하는 동시에 외부와 차단한다. 철저하게 다른 경향, 관행, 세계관. 두 계층은 서로 만나는 일이 드물고 피상적이고 형식적으로만 교류한다.
- 능력주의 시대 엘리트는 끼리끼리 결혼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가정 내에서 자녀를 키우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이혼하는 일이 드물다. 자녀는 왕조적 세습의 부담을 진다. 이들의 성취는 부모의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형제자매 간의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다.
- 엘리트 가정의 성역학. 경제구조는 이상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엘리트 교육에 필요한 개인의 몰입에 어머니를 양육에 묶어 놓는 성별규범까지 더해지면서 그 같은 경향은 정당화된다(엘리트 층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 상위 직업에 요구되는 장시간 근무는 양육은 고사하고 임신에도 방해가 된다. 따라서 오늘날 엘리트 여성은 베블런의 생각처럼 유한계급임을 과시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자녀 교육에 집중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
- 정치적으로는 진보이나,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인 성향.
- 엘리트다운 소비. 저가 제품은 중산층의 소비를 장악하고 있다. 대출회사의 빠른 성장. 반면 사치품은 부유층의 소비 생활을 장악해나갈 뿐만 아니라 이들의 자아상에도 점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화려하고 독특하며 사치스러운 사물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 사치의 확대.
- 교육의 분리. 주거의 분리. 임대료와 집값 상승.
- 능력주의는 계층 체계를 만들어 집단을 분리한다.
- 기대수명과 건강상태, 받는 치료 수준의 차이.
슈퍼 엘리트 경제
- 1970년대부터 중산층은 돈을 빌려서 소비하기 시작했다.
- 금융 분야에서의 혁신은 초숙련 인력을 끌어들이면서도 중간 정도로 숙련된 근로자를 금융 분야에서 내몰았다. 이와 같이 상위 근로자에게 막대한 소득을 안겨주는 숙련 편향적 기술은 뜬금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능력주의 체제에서 비롯되었다. 초고도로 숙련된 금융근로자들의 등장으로 혁신이 일어났고, 이 같은 혁신은 엘리트의 기량 수준으로만 활용할 수 있었다. 능력을 갖춘 인재 공급이 증가해 인재 자체의 수요도 늘어난다.
-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은 부유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는 특별한 교육과 초고도로 숙련된 엘리트들이 직장에서 받는 엄청난 소득을 연결짓는다. 그리고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엘리트 사이의 교육 광풍도 정당화된다. 강압적이고 치열한 교육. 직장에서의 분위기가 집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이러한 특별한 교육에 몰두하면서 노동시장의 기량 숭배가 정당화된다.
- 능력주의가 혁신을 부추긴다.
- 미국과 독일의 교육, 기업이 노동시장에서 투자와 혁신을 집중하는 분야는 서로 다르다. 교육이 분산되는 곳에서는 기업이 중간 숙련 근로자에게 투자를 집중하며 기술 프리미엄을 떨어뜨린다.
- 사회가 사다리라면 정상에 도달할 기회는 두 가지 면에서 불평등할 수 있다.
1) 사다리의 어느 칸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더 높은 칸에 도달할 확률이 좌우된다. 교육기회. 엘리트 학교에 진입할 가능성. 노동시장의 수요.
2)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 칸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 소득과 지위의 절대적인 차이가 얼마나 되는가.
이 두 가지 효과는 사회 이동성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 엘리트층의 특권과 중산층의 배제.
=> 능력주의가 능력주의자들에게 유리한 혁신을 유도하면 엘리트는 똘똘 뭉치고 나머지 사람을 배제한다. 배타적 교육과 기량 숭배로 능력 있는 개인들이 선호된다. 능력주의자들의 두 움직임 사이 되먹임 고리는 계층으로서의 능력주의 엘리트 집단에 유리하게 전개된다.
- 능력주의적 불평등 배후에 있는 핵심매커니즘은 개인의 순수한 선택, 즉 아이들을 교육하고 열심히 일하며 혁신하는 선택과도 관련이 있다. 이런 선택이 쌓이고 강화되면 전체가 해를 입을 수 있다. 개인의 노력과 윤리만 강조하면 사람들의 행동에 있는 근본적인 구조를 간과하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된다.
-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공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상업과 직업을 억압하며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중산층을 만들어내지 않아 성장이 더딘 것처럼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을 심화하는 되먹임 고리는 인적 자본이 풍부한 국가의 모습으로, 경제를 상위 근로자에게 의존하는 구조로 왜곡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혁신을 유도하며, 상위 근로자들에게 부와 권력을 몰아준다.
능력과 공정성은 신화다.
=- 엘리트 기량은 경제적 불평등의 산물이다. 상위 근로자의 노동력은 엄청난 불평등 때문에 교육과 일자리를 엘리트의 기량을 우대하는 식으로 왜곡될 때만 큰 생산성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생산성으로도 그 토대가 되는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없고, 엄청난 생산성 자체가 경제 불평등의 부산물이라고 인식할 때 기량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 근로자의 성과에 대한 좀 더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방식을 생각해보면 그 생산성에 의문이 생긴다. 상위 근로자의 존재로 생산 패턴이 전반적으로 변화할 때. 일반적으로 막대한 생산성을 보일 수 있지만 대안적 척도에 따르면 생산적이지 않을 수 있음. 동료들이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든지.
= 불평등에 의한 혁신이 숙련도 편향적 생산 체제를 만드는 능력주의 세상에서 엘리트 근로자가 생산하는 이익은 오히려 비엘리트 노동자가 발휘해야 할 생산성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마땅하다.
- 이런 양상은 계층을 물려주기 위해 효과적이지만 엄청나게 비용이 많이 드는 메커니즘을 구축한다. 엘리트는 자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소모적이며 불안정한 노력으로 내몰린다. 그 과정에서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은 사회의 연대를 저해하고 민주주의적인 자치를 타락시킨다.
결론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능력주의의 폐해가 폭로된다면 부자와 그 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에 관심을 품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소득을 되찾고 지위를 회복하려는 중산층의 열망, 진정한 자유를 회복하려는 엘리트의 열망
=> 과연 그렇게 연대할 수 있을까 나는 의문이 들지만...
-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포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1. 최고급 교육에 집중하는 교육방식은 개방되고 포용성을 가져야 한다. 최고 명문학교와 대학에서라도 입시 경쟁이 완화되어야 하며 훈련이 덜 소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현재 암울한 직업과 폼 나는 직업으로 분리된 일이 경제 생산의 중심에 선 중간 숙련도급 근로자에게 되돌아가야 한다. 엘리트 근로계층에 집중된 생산이 중산층에 골고루 분산되어야 한다.
- 엘리트 학교에 주어지는 기부금 세금 면제 혜택을 광범위한 대중을 받아들여 교육시키는 학교에만 제공해야 한다. 교육 개방성을 통해 부유층이 아닌 엘리트를 대폭 늘려 가치를 떨어뜨린다.
- 중간 숙련도급 근로자의 생산을 촉진하는 모형을 채택한다. 규제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세금을 활용해야 한다. 현재 조세 구조는 중순련 근로자의 고용을 억제하고 초숙련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회보장급여세에 대한 소득 상한을 제거하고 정부의 기존 생산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
- 인적 자본과 생산력이 점점 더 숫자가 줄어드는 엘리트 계층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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